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지식여행





국내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 하지만 일본 문학계에서는 소설 『청춘의 문』으로 출판업계 최고의 초판 발행부수 100만 부를 기록한 거장으로 불린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한반도를 넘어와, 논산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서울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으며 중학교 1학년 때 평양에서 패전을 맞이했다. 다사다난했던 유년기의 경험과 추억, 성장하면서 깨닫게 된 삶의 성찰을 꾸밈없는 필치로 풀어냈다. 서술은 담담하지만, 흡입력은 굉장하다.

인생의 대한 통찰과 혜안이 담긴 첫 번째 에세이 『타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애독서로 알려지면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인생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전하는 두 번째 에세이 『대하의 한 방울』로 국내 독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숨 막히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인생의 ‘힌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츠키 히로유키는 규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한반도에서 보낸 탓에 망향에 대한 감정은 조선 반도 산하에 있다고 한다. 맑게 빛나는 가을의 푸른 하늘. 하얗게 얼어붙은 강, 그리고 새벽까지 멀리서 들려오는 다듬이질 소리,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 하늘까지 닿는 마을 축제의 그네, 극채색의 치마저고리, 북과 징 소리, 이런 추억이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이츠키 히로유키는 조선 반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는 동안 수많은 일을 겪었다고 회고한다. 패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 어머니의 기일로부터 1년이 된 9월에 평양을 탈출한 일, 여러 일을 겪은 후 가까스로 걸어서 38선을 넘은 일, 당시 남한에 속해 있던 개성의 난민 캠프에서 천막생활을 했던 일, 어느 날 트럭을 타고 인천으로 이동하여 또 거기에 수용되었던 일, 이윽고 미군의 상륙함에 실려 하카타 항외에 도착한 일……. 그렇게 수없는 시련과 맞닥뜨릴 때마다 그는 온갖 감정과 마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분명 ‘절망’이라는 감동 또한 자리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기뻐하는’ 것 못지않게 ‘슬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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