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장은수 옮김/ 문학동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는 이스라엘 젊은 세대의 가장 큰 지지를 받는 동시에 <뉴욕 타임스>로부터 ‘천재’라는 찬사를, 살만 루슈디, 아모스 오즈, 얀 마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등 동료 작가들의 극찬을 받은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작가 에트가르 케레트의 소설집이다. 

1992년 데뷔한 이래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초현실적인 작품을 발표해온 에트가르 케레트는 새로운 이스라엘 문학의 기수로 꼽힌다. 아모스 오즈나 데이비드 그로스만으로 대표되는 이전 세대의 이스라엘 문학이 방대하고 유장한 서사로 국가와 사회의 거대 이슈를 다루는 데 비해 그는 기발한 설정의 짧은 소설에서 꾸밈없고 일상적인 문체로 현대인의 실존적 혼란을 다룬다. 부조리한 상황을 초현실적으로 그린 그의 단편은 많은 비평가와 작가 들로부터 카프카 혹은 고골에 비견되었고,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하기도 한 국제적 권위의 프랭크 오코너 국제 단편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며 ‘단편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서른여섯 편의 짧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며 냉소적 유머와 아이러니가 가득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한편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은 2010년 이스라엘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케레트는 우스개로 이스라엘 서점에서 가장 많이 도둑맞는 책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도 했다). 2012년에는 미국에서 여섯번째로 번역 출간되어 그의 다른 소설집과 마찬가지로 장편소설이 중심인 미국 문학계에서 이례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그해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된 것은 물론, 전 세계 22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집의 첫 수록작이자 표제작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는 에트가르 케레트의 분신으로 보이는 한 작가의 이야기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현관에 나간 그는 느닷없이 권총을 꺼내들고 막무가내로 집안에 들이닥친 스웨덴 남자에게 이야기를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뒤이어 차례로 찾아온 설문조사원과 피자배달부도 그에게 흉기를 겨누며 같은 요구를 한다. 이야기를 내놓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 속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처한 바로 그 상황을 묘사한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던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소설집 전체의 프롤로그 격인 이 단편으로 에트가르 케레트는 이야기의 문을 열어젖히고 “상상력을 좀 발휘해”보라는 괴한들의 요구에 응하기라도 하듯 기상천외한 장면을 하나둘 펼쳐 보인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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