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남북정상선언 발표 6년, 남겨진 숙제는?

10.4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된지 6년을 맞이했다.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골자로 한 `10.4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지금, `10.4선언`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원칙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새누리당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 국가정보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격 공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기정사실화 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을 두고 짜집기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사초논란`에,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검찰은 당시 회의록이 노 전 대통령 측의 지시로 삭제됐다고 발표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현재 심의 중인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을 삭제했다.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지난 1차 계획 결과를 평가, 분석한 뒤 현 정부의 추진과제와 함께 계획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점이 삭제의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이전 부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곧 NLL 포기`라는 식의 논리확산이 결국 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서 빠지는데 주요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는 현 정부가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참여정부 인사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대북정책의 원칙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10.4선언 6주년을 맞아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홀에서는 `10.4남북정상선언과 한반도 평화번영`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정부 시절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서해는 여전히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의 입구다. 서해의 평화가 사라지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담론이 사라졌다"며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 어떻게 서해를 무시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강령군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을 언급,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박근혜 정부가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서해를 정쟁의 도구로 삼은 상황에서, 북한이 강령군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안타까운 시간의 엇갈림"이라고 말했다.

즉 남북경협이 후퇴되고, 북중경협이 강화되는 가운데, 10.4선언의 핵심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구축됐다면, 남측 기업들의 강령군에 진출해 경제가 활성화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대북 원칙론의 결과라는 자신만만함이 북측의 이산가족상봉 행사 무기한 연기 통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지만,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4백여 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또 다른 남북관계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현 정부가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포기하는 것은 북측이 강조하는 10.4선언 포기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정부의 남북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공염불인 셈이고, 결국 남북관계 발전에 또 다른 걸림돌만 놓는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에 앞서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남과 북의 기존 합의를 존중하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10.4선언을 부정하려고 하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국민에게 약속한 선거공약을 어기고 이와 같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민족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한 핵심적인 계획들이 빠진 채 이를 국회에 보고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서해 갈등을 평화로 전환시키기 위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다시 만들 것"을 촉구했다. 10.4선언의 골자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과거 정부의 남북간 합의들을 존중한다는 현 정부의 대북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10.4선언` 발표 6년을 맞아 벌어지고 있는 10.4선언 흠집내기에 참여정부 측은 `그림으로 보는 NLL의 진실과 노무현의 전략`이라는 소책자를 최근 배포, 일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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