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도 지음/ 부키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를까? 그 흔하던 명태는 왜 더 이상 잡히지 않을까? 넙치와 가자미는 눈이 왜 한쪽에 몰려 있을까? 뱀장어는 왜 회로 먹지 않을까? 자연산 복어에는 독이 있는데, 왜 양식한 복어에는 독이 없을까?

밥상에서, 바닷가에서, 횟집에서, 생선을 먹을 때면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품어 보았을 것이다. 30여 년간 어류를 연구해 온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는 이처럼 우리가 늘 보고 먹지만 잘 몰랐던 물고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책이다.

1월 명태, 4월 조기, 10월 고등어 등 1년 열두 달에 맞춰 매월 가장 맛있는 제철 물고기를 선정하여 생태는 물론 이름의 유래와 관련 속담, 맛있게 먹는 법, 조사 현장에서 겪은 재미난 일까지 맛깔나게 들려주는 이 책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 바닷물고기를 다룬 첫 교양서라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오랜 세월 바다를 지켜 온 해양수산학자의 삶을 함께하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매일같이 배를 타면서도 태평양의 거친 파도에 뱃멀미가 나 정신을 잃기도 하고, 밤새 뱀장어를 조사하고 돌아와 소주 한잔에 출출한 뱃속을 달래기도 한다. 어민들과 오래 인연을 맺은 덕분에 낙동강 한가운데서 자연산 뱀장어를 대접받기도 하고 민어회, 갈치속젓 같은 별미에 회포를 풀기도 한다. 맛과 멋이 함께하는 글 속에는 학자로서의 자부심을 엿볼수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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