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와 정치권, ‘송전탑 반대’ 한목소리

 

 

“송전탑이 생기면 그 마을은 황폐화되고 공동체가 파괴됩니다. 공사가 즉각 중단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송전탑 건설 반대 765배’ 행사에서 조계종과 노동당, 녹색당 등이 참여해 송전탑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는 지난 21일부터 매일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장 종호스님은 한국전력 측의 공사 강행을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스님은 이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 종호스님은 “집값은 물론이고, 전자파로 인해 백혈병이나 암 등에 쉽게 노출되는 등 삶 자체가 파괴 된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전은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요구사항을 들어 송전선로 지중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위 스님들은 밀양 주민 10여명과 밀양 송전탑 서울대책위원회, 가톨릭농민회 등 40여명과 함께 한배 한배 정성을 다해 절을 했다. 765라는 숫자는 밀양에 건설 중인 송전탑의 전압규모 765kv를 상징한다.

매번 절을 할 때마다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촉구, 에너지 정책의 전환, 인권 탄압하는 경찰 규탄 등의 의미를 담아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절을 했다. 절을 마친 주민들은 “불쌍한 주민들이 다 죽어가니까 부처님 자비로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와달라”고 불교계에 호소했다.





85세 고령의 나이로 서울로 상경해 대국민 호소 릴레이 765배를 하고 있는 김사례 할머니는 “그동안 밤늦게까지 몸으로 때우느라 무척 힘들었다”며 “집에서 잠도 못 잔다. 제발 도와 달라”며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박정식(66) 씨도 “불교는 친환경적인 종교라고 알고 있다”며 “정부와 한전의 무자비한 공사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은 부처님 자비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송전탑이 근본적으로 왜 필요한지 알리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규탄하는 불교계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출재가자들의 자발적 결사모임 ‘붓다로 살자’ 등은 오는 11월1일부터 3일까지 밀양에서 주민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갖는다.

한창 수확으로 바쁠 시기에 매일 산에 오르고 투쟁을 하느라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 농활활동을 펼친다. 송전탑 건설중단을 촉구하는 걷기명상, 촛불문화제 참석, 송전탑 관련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불시넷은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살아가려는 우리 이기심이 밀양 어르신들을 농성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잠깐의 농활이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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