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탐방-47> 종로구 연건동 마을공동체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사업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도심 곳곳의 마을들이 새 단장에 분주하다. <위클리서울>은 도심 속 새로운 주거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마을공동체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종로구 연건동 마을공동체를 찾았다.
연건동은 2년 전부터 동네 곳곳의 쓰레기를 치우는 등의 꾸준한 노력으로 쾌적하게 변모했다. 가로수가 가득히 메운 거리는 가을날 걷기 좋은 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개장한 도시텃밭에선 주민들이 직접 상추, 대파, 들깨, 옥수수 등 제철 작물을 가꾸는 등 주민 참여도 높은 마을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가을날 걷기 좋은 거리로…

2010년부터 종로구가 지역 자투리땅 30여 곳에서 치운 쓰레기양은 무려 1100t에 달한다. 10t 트럭으로 무려 110대분의 쓰레기를 치우게 된 이유는 매연과 쓰레기로 가득한 도심을 녹색도시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연건동도 2년 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단으로 버린 담배꽁초와 각종 생활 쓰레기, 잡풀로 뒤덮여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악취가 발생해 골칫덩이가 된 공터를 녹색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청은 직접 쓰레기 치우기 작업에 매진했고 그곳은 채소와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도심농원으로 탈바꿈했다.

30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주민 황모(54. 남) 씨는 “예전엔 청계천에서 대학로로 가는 길목이 어둡고 스산했었다”며 “이제 외부에서 누가 와도 자부심이 생긴다. 동네가 확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특히 가을철이라 동네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맛집도 많이 생겨 가족단위로 놀러오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주민 김모(31. 남) 씨는 “골목마다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만족스럽다”며 “교통이 혼잡한 이유로 상대방이 약속시간에 제때 도착하지 못할 경우 신문이나 책을 보며 기다리는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로로 이어지는 길에는 가로수가 많아 산책을 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며 “게다가 대학로보다 한적해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의 참여와 화합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라며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관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수밖에 없다. 관이 환경 개선 등에 앞장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최근의 환경 사업은 의미가 컸다”며 “특히 쓰레기 더미에서 일군 텃밭은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대학로에 사무실이 있어 연건동 거리를 자주 걷는다는 직장인 이모(41. 여) 씨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대학로와 너무 비교가 돼 탁하고 지저분한 동네로 인식됐었는데, 요즘엔 걸어 다니고 싶어지는 길”이라며 “대학로만큼 활기가 넘치지 않지만, 오히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옛 추억에 빠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거리”라고 말했다. 이 씨는 “도로가 좁아 가끔 차가 막히면 시각적으로 불편한 감이 있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주변을 정비하면 가을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거리로 탈바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텃밭에선 제철작물 심기에 한창

종로구는 지난해 7월 종로구의 23번째 도시텃밭 ‘연건동 친환경 도시텃밭’을 개장했다. 연건동 도시텃밭은 2011년 매수 청구돼 보상 완료된 도로변 부지를 주민들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추진하게 됐다.

구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도시 농부’를 육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텃밭이 마련된 지역마다 정기적으로 도시농부학교를 열어 주민들이 직접 녹색 공간을 꾸미도록 도왔다. 퇴비를 지원하고 쓰레기가 쌓인 공터는 신고를 접수한 즉시 치우고 텃밭으로 바꾸었다.

버려져 있던 도로변 부지는 지난해 5월부터 기반을 만들어 마을주민들이 함께 가꾸고 소통할 수 있는 도시텃밭으로 탈바꿈했다. 이 도시텃밭에선 주민들이 마을공동체를 구성해 상추, 대파, 들깨, 옥수수 등 계절에 맞는 제철작물을 가꾸고 있다.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들은 구의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는 또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도시생태계 회복과 도시디자인 개선, 에너지 절감, 열섬현상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민 정모(45. 여) 씨는 “텃밭 사업 등은 도시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연과 친숙해지고 생태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또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지만, 도시텃밭에 대한 주민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좋은 편”이라며 “도시 생활에 찌들어 귀농을 꿈꾸는 이들도 텃밭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귀농은 힘들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이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환경으로 바뀌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도시 속에서도 공동체적인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주민 홍모(33. 남) 씨는 “아직은 부족하다. 텃밭이 동네 군데군데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잘 찾아보면 텃밭을 일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텃밭이 생기면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홍 씨는 “벽화를 그리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범죄율이나 쓰레기 무단 투기율을 떨어뜨리지만 텃밭을 군데군데 만들어놓는 것도 주민들이나 외부인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관에서 도시텃밭 사업을 좀 더 확장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홍 씨는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라지만, 자라나는 과정에서 시골의 정서를 느꼈으면 한다.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동네에 사는 많은 아이들도 그랬으면 한다”며 “이제 도시도 바뀌어야 한다. 삭막한 도시가 아닌, 전통 문화와 공동체 정서가 숨쉬는 도시로 바뀌었을 때 아이들의 미래도 밝다”고 강조했다.  

쾌적한 도시환경 지향

한편 서울 종로구는 지난해부터 인사동 일대 청석길 도시텃밭, 종로문화원 도시텃밭 등 도로변 텃밭에는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위해 꽃양배추 3500본과 보리모종 3600본을 혼합 식재했다. 또한 주택가에 위치한 관내 26개의 도시텃밭에는 마을공동체 회원들이 직접 내년 봄 수확이 가능한 동초 시금치 32kg과 유채꽃 씨앗 20kg을 파종했다.

공원녹지과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종로 농사에 美치다! 예술로 승화되는 도시텃밭路 만들기 ▲도시농업의 아름다운 실천, 봉사프로그램 운영 ▲대한민국 관광 일번지! 도시텃밭관광상품 세 가지 슬로건 아래 진행된다. 이를 위해 구는 전국 대학생 도시농업 동아리 인텔리겐치아(Intelligentsia)와 ‘도시텃밭 조성·관리 협약’을 체결했다.

구는 또 대학생들의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텃밭조성을 위해 획일화된 도시텃밭에 벽화그리기, 개성 있는 독특한 안내판 설치, 도시텃밭 재정비, 작물 생육 및 도시디자인을 고려한 농작물 식재 등으로 종로구만의 특색 있는 도시텃밭을 조성해나가고 있다.



특히 대학생 마을공동체(35명)를 구성해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품을 서울시 ‘농부의 시장’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쌀, 휴지 등 생필품을 구입 후 소외이웃에 기부하고 있다. 또한 소외이웃과 1대1 결연을 맺어 기부 및 집안 청소, 말벗돼 드리기 등 나눔봉사를 시행한다.

종로구는 2011년을 도시농업 원년의 해, 2012년을 도시농업 도약의 해로 정하고 관내 자투리땅 6270㎡에 무단쓰레기 1050여 톤을 치우고 마을주민들이 함께 모여 상추, 들깨, 배추 등 다양한 농작물을 가꿔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번 작업으로 자칫 무단방치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인해 지저분해 질 수 있는 도시텃밭의 활용성을 제고하고, 미관 향상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향후 텃밭관리와 유의사항 등이 기재된 안내판을 설치해 쾌적한 도시환경조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