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스물다섯의 나이에 출간 전부터 이미 영미권뿐 아니라 전 세계 23개국 출판사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데뷔해 미국 문단의 신성으로 떠오른 작가가 있다. 여러 매체에서 “근래 가장 많이 거론될 작가”로 수차례 꼽힌 바 있는 신예 여성 작가 샤니 보얀주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접경지대에서 2년간 사격 조교로 복무한 뒤 미국 하버드 대학에 진학해 자신의 군 경험을 토대로《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를 집필했다. 남자만 징병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 이상으로 18세 이상의 모든 남녀가 2년간의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이스라엘의 현실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직면한 젊은이들이 느끼는 부조리함과 무기력함을 손에 잡히듯 생생히 그려낸 이 소설은 <월스트리트저널>의 ‘올해 최고의 소설’이자 영국 여성문학상과 유대문학상의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 하나로 보얀주는 전미도서협회가 선정하는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전쟁 상황에 대한 사실적인 고발인 동시에 소녀들의 무척 특별한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접경 지역에 사는 10대 후반 소녀 아비샥, 야엘, 레아의 관점으로 번갈아가며 그녀들의 사춘기와 군 생활, 제대 이후 생활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숭고한 명분을 가슴에 새긴 투사나 시온주의자가 아니라,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나 <도슨의 청춘일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들이다. 종잇장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생기 넘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소녀들. 그들을 둘러싼 지루함과 제약은 더욱 심해지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전쟁 소식은 이제 구체적인 형태가 되어 나타난다. 18세 이상의 모든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복무제에 따라 소녀들 역시 군 생활을 시작한다.
이집트 근처의 감시탑에서 복무하는 아비샥, 무기 훈련 조교로 근무하는 야엘, 웨스트뱅크의 검문소에 배치된 레아. 소녀에서 여자가 되길 기대하고, 사랑과 연애를 꿈꾸는 ‘평범한 소녀’에 불과한 그녀들이지만, 국가와 사회가 부여한 공동체적 숙명은 이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어느샌가 사랑에 관한 질문은 자유와 두려움에 관한 질문으로 변모하고, 소녀들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무의미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게 된다. 고뇌하는 모습마저도 젊음의 생기로 찬란히 빛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우크라이나, 러시아, 팔레스타인, 수단 등 각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와 섞여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태피스트리를 직조해낸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