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성의 새마갈노>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 하나,

개망초가 내년을 희망하며 이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아주 절묘한 곳에 자리 잡았네요.

저 모습으로 추운 겨울을 내고 내년 새 삶을 시작하겠지요.
오가는 사람들 발길에 밟힐지라도 오목한 자리가 있으니
자신의 생명까지 짓밟지는 못함을 잘 아는듯합니다.
정부종합청사 주변 인도에서 만난 친구입니다.

오늘 내 자리는 어디일까요?
내게 너무 힘든 일들만 밀려 온다고 한탄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나는 왜?”
힘든 일이 밀려 올 때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 개망초가 말하네요.
나는 왜?가 아니라고요. 이미 이게 내 삶이기에
내 자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 날을 만들어가겠다고요.





이야기 둘,

시선을 바꾸면,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같은 사물이지만 바라보는 눈높이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이 되었습니다.

같은 구절초 꽃임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모습과 아래서 위로 올려본 모습이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늘 습관적인 눈높이로 대충 사물을 바라봅니다.
그러곤 다 보았다고, 다 알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던 습관적인 눈높이를 버리고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좀 더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과 사건을 바로 본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놀라운 세상이
우리 눈앞에 열립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피사체에 따라 표준렌즈, 망원렌즈, 광각렌즈, 마이크로렌즈 등
다양한 렌즈들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사진 한 장 보다 더 소중하고 멋진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우리 마음에 필요합니다.

시선 바꾸기, 눈높이 바꾸기, 관점 바꾸기…
행복한 삶을 위한 최고의 보약입니다.




이야기 셋,

방금 천사를 만났습니다.
보도블록 틈새에 괭이밥 꽃 사진을 찍는 내게 천사가 찾아왔네요.

부실공사로 공원의 보도블록 틈이 벌어졌습니다.
괭이밥이 그곳을 자신의 터전 삼고 꽃을 피었습니다.

지난 밤 땅바닥에 떨어진 노랑 별 하나 사진에 담고 있었습니다.
토닥~토닥~ 달려오는 아이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지만,
사진 찍느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달려 온 발걸음이 내 앞에 멈추며 “사진 좋아요?”라고 묻습니다.
아주 아주 어린 아이의 맑은 목소리였습니다.

“네, 사진이 예뻐요”라며 고개를 드는 순간
꼬마아이가 내 눈앞에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엔 빨간 산수유 열매 한 알이 들려 있었습니다.

길바닥에 엎드려 사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한 꼬마가
빨간 산수유가 있으면 더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몇 살이니?” 물어보았습니다. 7살이랍니다.

7살짜리 어린 아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말입니다.
그리고 그 나이에 어떻게 “사진 좋아요?”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초록 괭이밥 잎사귀와 노랑 별 하나에 빨간 산수유 열매가
더 멋진 작품이 된다고 천사가 선물 들고 찾아 온 것이겠지요.
살다보니 이런 선물을 다 받게 되네요.

꼬마 천사가 건네 준 산수유 한 알 지금 내 손에 들고 있습니다.
책상에 두고두고 바라보며 그 맑은 천사의 얼굴을 떠올리려합니다.
저 산수유를 바라볼 때마다 내 가슴이 콩닥거리며 행복해질 것만 같습니다.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구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사랑을 건네주는 천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님들이 보고 계신 빨간 산수유, 천사가 주고 간 선물입니다.


<최병성 님은 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목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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