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철주 지음/ 현암사





해박한 식견과 유쾌한 입담, 풍성한 해석과 문체로 그림,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옛 그림을 소개하는데 탁월한 멋을 보여주는 손철주는 많은 독자들이 찾는 미술평론가이자 명강사이다. 구성진 글맛, 세련된 말맛으로 소문난 그가 새로 출간하는 『사람 보는 눈』은 사람이 나오는 우리 옛 그림을 골라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에는 “일하는 사람과 노는 사람, 꽃을 보는 사람과 글을 읽는 사람, 숲을 걷는 사람과 물에 가는 사람 들이 그림 속에 등장한다. 생애 한 순간의 틀거지가 화가의 붓에 붙들린 초상 속의 인물도 여럿 나온다.” 옛 사람들의 생김새와 매무새, 차림새와 모양새로부터 그 품새와 본새의 알짬을 읽어내는 저자의 눈썰미가 남다르고 흥겹다. 맵시 있는 손철주의 글발은 꾸밈새와 짜임새가 단단하고 은성하여 책의 부제처럼 자랑할 만한데, 그림 속 사람의 낌새와 그림 밖 사람의 추임새까지 읽어내는 안목을 오늘날 몇이나 가지고 있을까. 겉만 따지는 시속에 『사람 보는 눈』을 읽고 ‘그림 보는 눈’을 밝혀 ‘세상 사는 맛’을 도탑게 해보자.

‘버들가지 물오른 봄날’에서 시작해 ‘한 해가 오갈 때 보는 그림’으로 여닫는 『사람 보는 눈』은 시절의 오고감만큼이나 보편적인 삶의 그리움을 담은 책이다. 여기에는 옛 사람들의 얼굴과 차림새, 옛 풍속과 정취, 우리네 언어와 사연, 조상의 뜻과 마음씨가 들어 있다. 지은이는 사대부의 체통과 여인네의 은근함, 남부여대 행상의 남루한 밥벌이와 노는 이들의 느긋함, 기생의 수작과 은사의 고독, 윤기 흐르는 수박과 토실토실한 암탉 그림에서 우리네 오래된 정한을 읽는다. 그림 보는 까닭이 뜻밖의 즐거움과 조용하고 따스운 위로를 찾아서라면, 이 책은 요즘처럼 ‘내남없이 엉덩이 가볍고, 입살 세고, 들고나기 바쁘고, 도무지 깨달음을 얻기가 어렵게 생겨먹은 번다한 시절’에서 발을 빼 쉬어갈 만한 ‘대나무 화로가 놓인 방’(261쪽)과도 같은 편안한 미술관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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