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해법은?

남북관계가 최소 4월까지는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제안하면서 진전이 기대됐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가 더욱 커질 예정이어서 북한의 도발 등 반발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거부로 이유로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하면서 시기상의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 그리고 금강산관광 재개와의 연계 등 크게 세 가지 명분을 들었다. 북한이 시기상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생존 이산가족의 상당수가 고령인데다 설 전후가 가장 추울 때라는 점에서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남북 당국이 추진했던 18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도 2003년의 2월 20일로 설 전후는 피해왔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 대규모 동계훈련을 실시하면서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고,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성격이 강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연계시킨 것은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거부 배경 가운데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두고 북한 정세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비롯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제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전문가와 일부 언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통지문에 따르면 ‘남측이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하였다’고 한 부분이 있는데 북한이 실무접촉을 거부한 직접적 이유인 것 같다”며 “여러 가지를 다 고려했겠지만 북측 입장에선 윤 장관의 발언이 기분 나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로 보아 오는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와 이어 4월말까지 진행되는 독수리연습 기간에는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남북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대화의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국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고 5~6월경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면 성사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3월이 올 한해 남북관계와 한반도정세에 있어서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양국이 2012년부터 격년제로 여단급 연합상륙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올해 한미 연합훈련 규모는 한층 커질 것”이라며 “북한이 전쟁연습이라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설을 전후로 한 이산가족 상봉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북한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은 추후 상봉 가능성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어수선한 내부 상황이 정리되지 못 한 만큼 어느 정도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을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은 또 “원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지난해 우리에 의해 제기돼 실행 단계까지 갔다가 남측 당국의 불손한 태도와 적대 행위로 실현되지 못했다”며 “이제 (남측이) 그것을 다시 하자고 하는 데 대해 다행스럽게 여긴다“도 했다.

북한은 그러나 “남측이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과 상반되게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였다”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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