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타결... 남은 과제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제9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이 10차 고위급 협의를 하루 연장한 끝에 지난 11일 타결됐다. 외교부는 12일 “2014년도 총액은 9200억원, 유효기간은 5년(2014년~2018년)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매년 분담 총액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하되 연도별 인상 상한선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에 따르더라도 협정기간 마지막 해인 2018년에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외교부는 “미측은 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른 주한미군 대비태세 강화 및 미국의 예산사정 등을 감안하여 대폭 인상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우리의 부담 증가를 최소화시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9200억원은 2013년도 총액 8695억원 대비 5.8% 인상 수준으로 제8차 협상(2.5%)을 제외하면 인상률이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미측은 금번 협상 시 과거와 달리 NPSC(비인적 주둔비용) 언급 대신 항목별 대강의 소요를 제시하면서 1조 이상의 총액을 요구했고, 동 총액안을 강하게 주장했다”며 “미측 총액 안을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 수준까지 삭감하기 위해 협상 만료 시한을 넘겨가며 많은 시간과 협상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당초 기존 총액 8695억원 보다 적은 ‘마이너스’ 금액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유효기간을 지난번 협정과 같이 5년으로 체결한 데 대해서는 ▲우리 정부 및 주한미군의 예산 수립.운용 측면에서의 예측 가능성 제고, ▲동맹국간 빈번한 분담금 협상에 따른 부담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국방 예산이 향후 10년간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지원 확대 요구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협상을 자주하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는 것 등을 감안한 것”이라며 “2016년 기지이전 사업 종료를 감안하여 3년 유효기간을 선호하는 일각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으나 미측이 기지이전 사업 종료 이후에도 미루어둔 오산, 대구, 군산 등 비이전 기지 내의 군사건설 사업 소요가 산적해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이 강조한 제도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5개 분야에서의 포괄적 제도개선을 도출하였다”며 “정부는 방위비 분담 제도가 출범한 지 20년이 넘었음을 감안, 방위비 분담 제도와 관행을 한미동맹 60주년에 걸맞게 개선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협상을 하였으며, 그 결과 ’91년 방위비 분담 제도 시행 이래 최초로 방위비 분담 전반에 걸친 포괄적 제도개선을 이끌어 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소요에 따라 분담금을 지원하는 ‘소요형 체제’가 합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총액형을 통해 재정부담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총액형의 단점인 투명성, 책임성 문제를 해소, 개선한다는 목표 하에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경주한 결과 오늘과 같은 제도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로서는 한반도 긴장 고조, 시퀘스트 발동 등 어느 때 보다도 어려운 협상 환경 하에서 미측의 요구사항과 국내적 여건, 한미동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5개 분야는 ▲분담금 배정 단계에서부터 사전 조율 강화 ▲군사건설 분야의 상시 사전 협의체제 구축 ▲군수지원 분야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해소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복지 증진 노력 및 인건비 분야 투명성 제고 ▲방위비 예산 편성 및 결산 과정에 이르기까지 투명성(국회 보고) 강화 등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도개선의 첫 성과로 “3개 항목(인건비, 군수지원, 군사건설)으로 나눠서 국방 예산에 편성해줘야 한다”며 “지금까지 항목별 배정 수치만 받아왔는데 이제는 제대로 바꿔서 왜 그런 수치가 나왔는지 구체적 자료와 문서를 갖고 한미가 철저하게 사전에 검토하고 평가하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검토, 평가와 조정 작업을 거쳐 항목별 배정액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면 우리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수준까지 올라가서 협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방위비 분담금의 미2사단 기지이전 비용 전용 문제는 빠졌고, 이월, 미집행금 등 누적액에 관한 뚜렷한 해법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집행 누적금액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사전 투명성을 강화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종합연례집행보고서를 연초에 새로 만들도록 했다”며 “늦어도 4월까지 보고서 제출 종합보고서를 국방부가 재량을 갖고 군사 보안에 저촉되지 않는 적절한 방식으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91년 제1차 협정으로 시작된 SMA는 그동안 총 8차례의 협정을 맺어왔으며, 제8차 협정은 지난해 말로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특별협정 자체가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위배된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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