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진단> 2014년의 남북과 동북아 어디로 가나-1회



토론참석자: 김이경 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사진 가나다순)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백해무익한 비방 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일부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핵심으로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기반으로 한 남북 협력 원칙은 변함없지만 지난해 2월 25일 취임사에서 ‘안보’를 앞세운 뒤에 ‘통일시대’를 제시한 것과 달리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통일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점이 주목을 끈다.



박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위협, 핵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핵 해결 등 한반도 평화 정착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와 남북 동질성 회복 ▲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 등을 진행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를 위해 필요하다면 북한의 지도자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을 건설해 불신과 대결의 장벽을 허물고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 한반도를 신뢰와 평화의 통로로 만든다면 통일은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일단은 반기면서도 DMZ 평화공원, 유라시아 철도, 남북정상회담 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반응이다. 김이경 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정상회담 가능성은 실제 없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청와대 간부들과 우리 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외교환경이 남북관계 ‘순기능’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얼마나 선의를 가지고 있든 현재로서는 북이 받아들일 리 없다. ‘통일 대박’이라는 말도 어떤 의도로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현재 민영화 논란 등 국내 이슈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물려준 최악의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못하고 집권 2년차에 접어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산적한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며 “핵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관건이다. 적어도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핵 해결의 가닥이 잡혀야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적 지지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클리서울>은 2014년을 맞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남북관계와 동북아정세를 2회에 걸쳐 진단해보기로 했다. 김이경 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이하 가나다순)이 지상 토론회에 참가했다. 이번 호엔 남과 북 수장들의 신년사를 중심으로 2014년의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 등을 짚어본다.




- 북한이 설을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했다. 최근의 남북관계, 전반적으로 어떤 상태라고 할 수 있나.
▲ 김이경(이하 김) : 이산가족 상봉이 핵심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 이산가족 상봉이 돼서 금강산 문제 등이 풀린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선순환 구조랑 동떨어진 상황 같다.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분단을 강화한 정책을 펼쳐왔다. 박근혜 정부의 로드맵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금 근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6.15, 10.4 선언을 존중하라는 것 말이다.
▲ 양무진(이하 양) : 이산가족 문제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한 것 같다. 이와 별개로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보면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실제 북핵 대응 등에 있어 달라지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겠다고 한 부분인데 지금까지는 정부가 북한의 선 핵 폐기만 주장하고 핵 고도화 부분을 방치해 왔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핵 폐기를 당장 할 수 없기 때문에 핵능력 고도화의 차단을 앞세운 것은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전현준(이하 전) :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핵실험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이명박 정부 때와는 좀 다르다. 위험수준은 낮지만 여전히 긴장관계가 계속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보 프레임이 강화되고 있다. 국민들이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이명박 정부와 차이가 없구나 하고 느낄 때 지지도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정성장(이하 정) : 북한은 좋은 계절에 마주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지속적인 대남 압박 카드로 사용할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현재의 냉각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호 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탐색하는 국면으로 진행될 것이다.

- 북한의 신년사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 김 : 남북관계 분위기 개선을 강조하고 남한 정부의 호응을 촉구했다. 핵 억제력 강화 등 민감한 발언은 피해나가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도 우리정부도 진정성 있게 대응한다면 조만간 남북 당국간 대화 자리 정도는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 양 : 장성택 처형 이후 대남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신년사를 보면 북한이 올해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비방·중상의 중단을 촉구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과거를 불문하고 대화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북한의 대남대화 공세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정상회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나.
▲ 김 : 정상회담 가능성은 실제 없다. 일단 질러놓고 보는 것이다. 현실을 보라. 정상회담이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청와대 간부들과 우리 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외교환경이 남북관계의 ‘순기능’과는 동떨어져 있다. 얼마나 선의를 가지고 있든 현재로서는 북이 받아들일 리 없다. ‘통일 대박’이라는 말도 어떤 의도로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급변 사태도 생각하는 것 같다. 다목적인 발언 같다. 정상적인 통일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통일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른다. 현재 민영화 논란 등 국내 이슈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 같다.
▲ 양 : 정상회담은 아무리 해묵고 어려운 문제라고 하더라도 현안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화방식이다. 특히 북한은 지도자 중심의 유일체제를 운영하고 있어 남북정상이 만나 핵문제 등 여러 현안을 일시에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분쟁해결방법이다. 남한의 역대 지도자들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의 하나로 정상회담을 생각하거나 추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이 되기 전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본 적이 있다. 아마도 김정일 위원장이 생존해있다면 과거의 면담 경험을 바탕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기가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남북관계에 난제들이 많아 정상회담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전 : 과거 DJ처럼 욕먹을 각오하고 밀어붙이지 않는 이상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물려준 최악의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못하고 집권 2년차에 접어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산적한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핵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관건이다. 적어도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핵 해결의 가닥이 잡혀야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적 지지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 정 :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 성사과정을 보면 북한이 위기인식을 가지고 정상회담을 통한 국면돌파 의지를 보였을 때 성사될 수 있었다. 상호신뢰와 함께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이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경제와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고집하고, 우리 정부가 ‘킬 체인’ 구축과 맞춤형 억제전략을 구체화하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감안해 본다면 가까운 장래의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든 어떤 통일이든 통일 비용은 얼마나 들 것 같은가. 그리고 그 시점은 언제쯤 될 것으로 전망하나.
▲ 김 : 현 시점에서 논의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나 현 정부의 기조는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도 통일 비용을 논의했는데, 일시적인 정치적 파급효과만 가져왔을 뿐이다. 사실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비용을 제대로 계산한 적도 없다. 현 정부 입장에서도 통일 비용 등을 계산하는 일에 시간을 쏟을 이유가 없다.
▲ 전 : 통일비용이라는 게 어떤 기간 내에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통일이 돼서부터 30년 동안 들어가는 총액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통일되는 시점 첫 해에 얼마가 들어가는가 하는 계산법도 있다. 천태만상이다. 또 우리가 3만불이면 북한은 4000~5000불로 계산해야 하는지, 계산법이 다 다르다.
한편으로 국민들은 비용 때문에 통일이 두렵다고 한다. 이건 착각이다. 독일의 통일과는 환경이 좀 다르다. 모든 비용을 100% 남쪽이 내는 게 아니다. 통일이 되면 국제기구의 자본이 투입된다. 중국, 일본, 러시아 자본들이 북한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또 북한은 자원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2~3경 된다. 통일을 함에 있어 직접 비용이 아니지만 자원이 많은 건 사실이다. 점진적으로 개발하면서 국제자본과 북한의 자원을 활용하면 우리가 부담하는 직접적인 비용은 많아도 전체 비용 중 4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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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석 기자 oj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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