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진단> 2014년의 남북과 동북아 어디로 가나-3회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백해무익한 비방 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일부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핵심으로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기반으로 한 남북 협력 원칙은 변함없지만 지난해 2월 25일 취임사에서 ‘안보’를 앞세운 뒤에 ‘통일시대’를 제시한 것과 달리 이번 엔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통일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점이 주목을 끈다.








박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위협, 핵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핵 해결 등 한반도 평화 정착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와 남북 동질성 회복 ▲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 등을 진행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를 위해 필요하다면 북한의 지도자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을 건설해 불신과 대결의 장벽을 허물고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 한반도를 신뢰와 평화의 통로로 만든다면 통일은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일단은 반기면서도 DMZ 평화공원, 유라시아 철도, 남북정상회담 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반응이다.

현재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두고 기 싸움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미군사합동훈련까지 예정돼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흐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에 “논의할 수 있다”고 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미군사훈련과는 별도로 남북실무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다. 이제 관심은 올 상반기 중 남북실무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그리고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위클리서울>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한미 군사훈련 그리고 북한의 내부 문제 등을 중심으로 지난 호에 이어 두 번째 전문가 지상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원광대 총장),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나다 순)이 토론회에 참여했다.





-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상봉 재개 논의를 거부했다. 남측에서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는데 마음 편히 상봉할 수 있겠느냐는 게 북한의 지적이다.
▲ 문정인(이하 문) : 북한은 지금 한미군사훈련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전통적으로 그래왔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그렇다. 이산가족상봉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 군사훈련문제가 끼어있기 때문에 명분상 상봉이 늦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키리졸브훈련 등은 사실 4월 초 정도까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명분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올 수는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산가족상봉 문제는 상당히 시급한 것이고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군사훈련 이전에 결론을 내서 상봉이 이루어지는 쪽으로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전현준(이하 전) : 연초에 우리 쪽에서 북한에 이산가족상봉을 제의했다. 바로 뒤이어서 통일부에서는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 문제는 별개다 하는 바람에 북한이 거부했다. 다시 우리 통일부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이제 북한이 제의해야 한다. 북한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측에서는 만날 수 있는 인원들을 다 확정했다. 한 분이 사망했고 두세 분 정도가 건강 이유 때문에 면회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 기술적인 문제들을 조금씩 풀어간다면 시간적으로는 한 달 안에도 상봉이 가능하다. 그렇게 보면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북한은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을 동시에 하자, 이렇게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그걸 또 받아야 한다. 받으면 회담이 시작될 것이고 회담이 시작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산가족상봉을 실행할 수 있다. 7만2000명이 현재 이산가족상봉을 기다리고 있고 또 그 중 매년 4000명이 돌아가시고 있다. 굉장히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이산가족상봉은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 져야 한다. 여기서 우리 정부는 금강산관광 문제에서도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5.24 조치 발언에서 약간의 해제 뉘앙스가 풍겼다. 상당히 전향적으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
▲ 정세현 : 지금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연계시키고 있다면, 그러한 논의를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금강산관광뿐만 아니라 DMZ평화공원 논의와 묶어서 대화에 임하면 이산가족상봉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물론 북한 입장에선 DMZ평화공원 문제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금강산관광 논의의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서로 반 발짝씩만 물러서서 대화에 임하면 이산가족상봉이라는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 정영태 : 올해 한미군사훈련이 예년과 달리 특별하다거나 그렇지 않다. 특별하다면 문제시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연례적으로 방어훈련으로서 해온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비난이라는 것도 이번에만 한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루어 본다면 군사훈련을 핑계로 이산가족 상봉을 못하겠다는 건 아닌 듯싶다.
아직까지 북한이 관계 개선과 관련된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북한은 남북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주도권을 쥐려고 했다. 이번 경우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먼저 남북이산가족상봉과 관련된 것을 제의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어 바로 통일부가 제의했다. 이렇게 될 경우 남북이산가족상봉 성사도 그렇고, 남북관계에서 소위 문을 여는데 있어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불리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 북은 자신들의 제안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제안이란 금강산관광 재개협상인 것으로 보인다.
▲ 문 : 북한은 겨울철에 대부분 기능이 마비된다. 주로 수력발전을 하기 때문에 전기가 부족하다. 주민들은 거의 목욕도 못 한다. 수돗물을 하루에 한두 시간 틀고 이 때문에 수도관도 얼 수밖에 없다.
물 공급도 안 되는 마당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이산가족을 불러 모으기도 힘들다. 사람들을 평양으로 불러야 하는데 양강도, 자강도 지방엔 눈이 2미터씩 내린다. 그러면 대개 11월부터 3월까지는 철도가 마비되는 경우도 많다. 또 북한 주민들이 피폐하고 얼굴이 바짝 말랐다. 그래서 한 달 정도 평양에 불러 모아 돼지고기를 계속 먹인다. 그렇게 해서 얼굴에 기름기가 좀 돌게 해야 한다. 홍콩이나 일본에서 양복지, 한복지를 수입하다가 옷을 맞춰 입히기도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한두 달이 필요한데 갑자기 설을 전후해서 만나자고 하니까 ‘좋은 계절’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 전 :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산가족상봉을 할 수 있고 금강산관광 재개 협상을 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미군사훈련 이전이니까 ‘좋은 계절에 만나자’고 아주 친절하게 거절했다. 아마 군사훈련에 들어가게 되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고 또 우리를 비방하거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비방수위도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키리졸브가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군사도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의 국지적 도발에 대한 게 아니라 미사일 발사 실험도 할 수 있고 핵실험으로 우리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정세현 : 북한이 ‘좋은 계절’이라고 말하는 것엔 몇 가지 함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꽃피는 5월 또는 단풍이 피는 9월, 이런 걸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이 말하는 ‘좋은 계절’은 결국 이산가족이 만나기에 ‘좋은 계절’이라기보다는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는데 ‘좋은 계절’, 즉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이벤트를 하면서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회담을 여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북한의 일정을 보면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이 있고 3월 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선거가 있다. 4월 15일은 김일성 태양절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정치일정상 내부 상황을 볼 때 그들이 말하는 ‘좋은 계절’은 딱 집어서 표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북측의 일정과 한미군사훈련이라는 남측의 일정이 종료된 시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정영태 : 남측에서 군사훈련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최고 존엄도 모독하지 않고,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 조치 해제 등을 수용하고 받아들인다면 자기들은 어느 때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좋은 계절’이라는 게 자신들이 원하는 시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접근들이 수용이 되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산가족상봉은 맨입에 할 수 없다는 없다.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현금과 외화벌이 수입이다. 그 대가라는 건 결국 금강산관광 재개다. 지금 마식령 스키장, 물놀이장을 하는데 달러가 모자란다. 여기에 돈을 댈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5.24조치를 해제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고, 이후 남북경협이 원만하게 진행되게 해달라는 요구다.

- 우리 정부는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상봉은 별개의 문제라는 원칙을 세운 바 있지만, 최근 ‘논의는 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 문 : 지금 당장 남북관계 차원에서 보면 큰 틀에서의 협의들을 하기 위해선 상당한 신뢰가 필요하다. 또 서로 간 입장 조율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아직은 그러한 동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부분은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풀어가며 물꼬를 터서 금강산관광 등 나머지 사안들을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5.24 조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금강산관광 중단은 5.24 조치 훨씬 이전에 있었던 사태다. 그래서 좀 더 유연하게 정부의 접근법들이 나온다면 현재의 장애물들을 피해갈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우리 정부도 그렇고 북측도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남북관계 사안들도 잘 풀릴 수 있는 것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선 북한도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 정영태 : 이산가족상봉과 동시에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도 열 수 있다는 입장은 이미 지난해에도 밝혔다. 다만 금강산관광 사업이라는 이런 산업과 연계시킨다는 건 오히려 금강산관광 사업을 정상화시키는데 걸림돌 될 수 있고 잘못될 수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사업과 이산가족상봉을 별개의 문제로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원한다면 금강산관광 재개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위한 실무회담을 하자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자세라고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자꾸 우리가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 사업만 원하는 것 같은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6.15공동선언이다. 북한은 남북한 관계에서 또 통일을 위해 6.15공동선언 정신을 굉장히 귀중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이 선언은 다른 게 없다. 바로 우리끼리 정신이다. 지난해 경우에도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실무회담을 제의한 바가 있다.
아마 이번에도 북의 제안 중 이것이 들어갈 것 같다. 이렇게 보자면 4~5월쯤 다시 대화를 제기할 수 있다. 바로 6. 15공동선언 행사를 공동으로 하자는 실무대화, 이것이 중요하게 들어가면서 동시에 보다 더 실질적인 경제적 이윤을 도출해내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꺼낼 수 있다. 6.15와 이산가족 그리고 금강산관광 재개 이 세 가지를 엮어서 대화 제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 기사 이어집니다.>

정리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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