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룬 영화라 예고편 방영하지 말라는 고위관계자 지시가 있어”
“삼성 다룬 영화라 예고편 방영하지 말라는 고위관계자 지시가 있어”
  • 승인 2014.02.04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하나의 약속’ 높은 예매율과 평점에도 상영관 확보 어려워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높은 예매율과 평점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이 영화의 배급사 OAL(올)은 “당초 300개 상영관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100개관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6일 개봉 영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관객 평점이 9.8~9.9(10점 만점)으로 높은데도 복합상영관에서 적은 스크린을 배정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3대 복합상영관인 롯데시네마는 이날 전국 7개관 상영을 배급사에 알렸다. 전국 96개 극장에 600여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롯데시네마는 서울, 인천, 일산, 부산, 대구, 포항, 청주의 각 1개관에서만 상영키로 했다. 대전, 광주, 울산, 제주 등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 또 CGV는 45개관, 메가박스는 30~40개관을 고려하고 있어 ‘또 하나의 약속’은 전국 80여개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제작비가 비슷한 규모였던 주상욱·양동근 주연의 ‘응징자’(2013)는 294개 스크린에서, 사회적 이슈를 다뤄 화제가 됐던 ‘부러진 화살’(2012)도 245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일반적으로 개봉관수는 영화에 대한 평가와 예매율, 프린트와 광고(P&A) 비용 등을 고려해 정한다. ‘또 하나의 약속’은 예매가 시작된 3일부터 ‘겨울왕국’, ‘수상한 그녀’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6일 개봉되는 영화 중에서는 예매율이 가장 높다. 3일에는 30개관에서만 예매가 진행됐는데도 5000명 넘는 예매관객수를 모았다.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맥스무비에서도 4일 현재 2~3위의 예매 순위를 보이고 있다. 예비관객들의 관심도 높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또 하나의 약속’ 예고편 조회수는 103만 여건이다. ‘수상한 그녀’의 88만건, ‘조선미녀삼총사’ 22만건을 훌쩍 앞선다.

이 작품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대기업과 싸우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박철민 씨와 김규리 씨가 주연을 맡았다.




제작사는 이 같은 스크린수 감소에 대해 소재의 민감성에 따른 대기업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기호 프로듀서는 “대기업 계열사인 복합상영관들이 시내 중심가 스크린 대신 변두리관만 배정하고 있다”며 “공중파의 한 영화 프로그램에서는 고위 관계자가 막아 영화가 소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장의 예고편 광고도 석연찮은 이유로 빠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 영화는 지난달 13일부터 롯데시네마에서 한달간 예고편이 상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고편을 방영하지 않고 있다가 배급사측의 항의에 뒤늦게 1주일만 방영하는데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 관계자는 “삼성을 다룬 영화라 예고편을 방영하지 말라는 극장 고위관계자의 지시가 있었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시네마는 “작품성, 시사회 평가, 작품 규모 등을 고려해 상영관 수를 확정하는데, ‘또 하나의 약속’은 7개 스크린 수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고편 방영누락에 대해서는 “담당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사가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3대 대형배급사와 접촉했으나 거절당했고, 신생배급사인 OAL와 계약했다. 제작비도 대기업이 아닌 개인 투자가들의 힘으로 모았다. 시민 모금 운동인 제작두레로 3억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100명 이상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약 12억원을 투자받아 총제작비 전액을 모았다. 제작두레 방식 등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 전액을 모은 상업영화는 ‘또 하나의 약속’이 처음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