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쌍용차 해고자 전원에게 ‘해고무효’ 판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복직의 길이 열렸다. 서울고등법원이 원심을 깨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 전원에 대한 해고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조해현 부장판사)는 7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서울남부지법의 1심 결과를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그간의 노동계가 주장해 왔던 회계장부상의 문제점을 인정했으며, 정리해고 당시 재무건전성 위기 역시 겪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쌍용차가 정리해고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유동성 위기를 넘어 구조적인 재무건전성 위기까지 겪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손익계산에 있어 회계장부상 산출근거 자료도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을 일정부분 했다고는 보이지만, 가능한 모든 노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많이 노력할 여지가 충분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쌍용차지부는 판결 직후 “결국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이겼다”며 “이번 판결이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귀중한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이 이번 판결로 종식될 수 있도록 회사의 노력 또한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지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특히 오늘 판결에서 법원은 쌍용차지부가 오랜 기간 주장해왔던 회계조작, 즉 유형자산손상차손이 위법, 부당하게 계상됐음을 인정했다. 이어 그것이 정리해고의 정당성 판단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판시였다”고 주장하며 “검찰은 쌍용차지부가 서울중앙지검에 회계법인과 쌍용차 관리인들을 대상으로 고발한 외감법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기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지부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감사보고서의 기초가 되는 감사조서까지 변조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 부분에 대해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부는 “금융감독원 역시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즉각적인 재감리 실시를 진행해야 한다”며 “또한 회계조작의 공모관계에 대하여 더욱 명백히 밝혀야 하는 점들이 많은 만큼, 정치권은 약속했던 국정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고법의 해고 무효 판결에 대해 노동계와 야당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당연히 환영한다. 그동안 쌍용차지부 노동자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회사가 상고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는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판결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변인은 이어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는 전 사회적 관심사였다. 재판부가 쌍용차의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나 해고 회피 노력이 없었다는 그간의 민주노총의 주장을 인정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손해배상과 김정우 전 지부장 구속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정치권과 정부, 회사가 노력해 이런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일제히 환영 논평을 발표했다. 노동당은 판결 직후 논평을 통해 “재판부의 오늘 판결에서 중요한 점은 사측이 정리해고의 이유로 주장했던 구조적이고 계속적 재무 건전성 위기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특히 위기의 근거로 제시됐던 회계장부의 문제가 확인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부당하게 해고되어 온갖 고통을 겪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이 판결의 확정으로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판결은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무리하고 납득할 수 없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조정을 약자인 노동자가 무조건 감수하라는 것은 사회정의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원칙에도 어긋난다. 최종 판결에서도 이 같은 결정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당은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과 권리가 더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대선 당시 쌍용차 해고자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약속한 만큼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자동차는 지난 2009년 6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으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공장 점거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정리해고 된 노동자 153명은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음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회계조작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지난 2010년 11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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