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배철러 지음/ 김옥진 옮김/ 궁리





한 영국 청년이 집을 떠나 인도 다람살라에서 불교를 접하고 승려가 되어 티베트 불교와 한국의 선불교 전통에서 수행하다 환속한 후 재가자로서 계속 불교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삶을 살게 된다. 그 청년은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붓다가 살고 가르쳤던 곳들을 찾아다니며 당시의 정치, 사회, 문화적 환경 속에서 역사적 인간 붓다의 삶을 재구성하려 애쓴다.

처음 이 책을 펼칠 때는 그저 특이한 이력의 서양인 불교도라는 점에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가 불교 공부와 수행을 하면서 불교 교리 중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을 놓고 고민했던 모습이나 당시 인도 전통에서 나온 것이 아닌 붓다 고유의 생각을 찾아내려는 노력,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현대인들에게 불교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점이 진솔하게 와닿을 것이다.

저자 스티븐 배철러의 말을 빌면 그는 불교무신론자로서 기독교무신론자가 초월적인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거부하듯 환생과 업의 교리를 거부한다. 그는 또한 자신을 ‘세속불교도(secular Buddhist)’라 부르며 이렇게 말한다. “세속불교도로서 나의 수행은, 지금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나중에 미래 세대들이 이 세상, 이 시대에서 삶의 고통에 최대한 진실되고 긴급하게 반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나는 불교 수행의 목적이 니르바나를 얻는 것이라기보다는 이곳에서 팔정도라는 윤리적 틀 안에서 매순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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