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성사’ 고위급 접촉, 남북관계 개선 지렛대 역할 하나




최근 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통해 ‘관계 개선’이라는 큰 방향에 공감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년 만의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이 ‘대화 분위기 마련’이라는 성과를 냈다면 추후 접촉에서는 상호 관심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오는 20일부터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는 등 ‘통 큰 용단’을 내렸다고 주장하는 북한은 앞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본격적으로 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5·24 조치 문제와 관련해선 북측이 직접적으로 해제를 요구하기보다는 ‘전면적 관계 개선’을 명분 삼아 우회적으로 사회·문화 교류 및 경협 확대를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대북 신규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5·24 조치 해제’라는 직접적인 발표보다는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클리서울>은 이번 고위급 접촉의 의미와 남북관계 전망을 살펴봤다.




남북관계, 본격적 복원 수순?

남북이 7년만에 열린 고위급 접촉(12, 14일)에서 ‘관계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함에 따라 오는 20~25일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통일시대 기반 구축’이라는 국정과제를 안고 있는 박근혜 정부로선 집권 2년차인 올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고, 북측에서도 경제난 해결이 시급하다.

북측에선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계기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한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전면적 관계 개선’을 명분 삼아 사회·문화 교류 및 경협 확대 등 간접적인 요구를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대북 신규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5·24 조치 해제’라는 직접적인 발표보다는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식이 부담이 덜하다는 지적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자신들이 추진 중인 경제개발구에 남측 자본이 투자될 수 있도록 하자거나 사회문화 교류 정상화 얘기를 꺼낼 수 있다”며 “그런 교류 자체가 5·24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향후 북측과 접촉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대전제인 북핵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북 간 비핵화 논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장 선임연구원은 “우리 정부는 2011년 9월 남북이 중국 베이징에서 비핵화 회담을 연 전례를 상기시키면서 남북 협의가 북측이 바라는 북미 대화 및 6자회담 재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향후 나진-하산 프로젝트 우회 참여를 통한 나진항 공동 개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등을 제의하면서 단계별 신뢰 구축을 통한 점진적 관계 개선 구상을 북측에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첫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이 언급을 자제했던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에 관한 논의도 더는 늦추기 어려워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시기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포괄적 정리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되면 한 단계 실무적 수준으로 내려와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 군사 회담, 남북 교류 및 경협 회담이 활성화되면서 남북관계가 본격적 복원 수순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 간 대화 채널 이어져

이번 고위급 접촉은 남북관계 개선의 큰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단 대화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 고위급 접촉이 두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고위급 접촉을 또 하자라는 이야기를 합의문에 집어넣었다”며 “결국 이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핫라인을 통한 최고지도자들간의 의사소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5년간 최고지도자 사이에 대화채널이 끊겼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남북 대화는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문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적 차원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남북당국의 샅바싸움을 걷어내고 평화로 갈 수 있는 대화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그것을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것으로 시작했다”며 “만남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합의 내용 중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했다는 것이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남북은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했지만 북한이 나흘 전에 돌연 상봉 연기?중단을 취한 바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 중단을 요구했지만 우리가 원칙을 그대로 지키는 가운데서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은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는데 합의를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장성택 숙청 등 대내적으로 난관이 있는 상황에서 남북 당국간 계속해서 고위급 접촉을 해나가기로 했다는 것도 중요한 성과라는 평가다. 합의내용을 보면 남북은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 이후에 고위급 접촉이 다시 진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 가능성은?

관심은 이제 ‘재접촉 시점’에 쏠린다. 남북은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은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기로 했으며,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르면 이산상봉 행사가 끝난 뒤인 3월에는 고위급 접촉이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추가 접촉을 통해 분야별 후속 회담이나 더욱 높은 급의 당국회담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한미군사훈련 과정 등에서 남북이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면 금강산관광 재개, 전반적인 남북관계 현안, 개성공단 확장문제, 나진-하산 프로젝트 및 한반도종단철도 문제 등도 추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얼마만큼 마찰 없이 마무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군사 훈련 기간 동안 북한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며 “군사 문제는 나아가 핵문제를 풀어가는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본다면 남북당국이 최대한 상호 신뢰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그런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금강산관광 재개 관련 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 측의 태도 여하에 따라 금강산관광 재개는 얼마든지 수용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우리가 북한에 고 박왕자 씨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얘기를 했다. 북한이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융통성 있는 진일보한 태도를 보인다면 얼마든지 금강산관광 재개 협의를 할 수 있고 실제로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사과문제만 하더라도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한 유감표명을 하고 또 어느 정도의 재발방지책을 보장해 준다면 아마 올해 상반기 내라도 금강산관광은 재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키 리졸브 훈련 이후 상반기 남북한 고위급 접촉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협의를 하게 된다면 금강산관광 재개는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며 “천암한 사태 이후 대북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 조치 역시 남북이 융통성을 보인다면 일부 해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원은 “물론 이게 가능하려면 인도주의적 지원교류나 대북경제 지원 교류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며 “또한 우리 정부는 북한과 교류를 통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하는 등 그런 여러 가지 방향들을 논의하고 있다. 북한이 만약 여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는 가능한 사안”이라고 봤다.

남북대화의 최종목표 지점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장 선임연구원은 “개성공단, 한반도종단철도 등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될 시기는 아니다”며 “만약 남북간 대화를 통해 정상회담이 언급된다면, 그 과정에서나 아니면 정상회담을 통해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고위급 접촉이 과거의 어떤 특사파견이나 비공개접촉을 넘어서는, 남북관계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풀어가는 핫라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고위급 접촉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핫라인으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고, 그 부분을 좀 더 키워나간다면 정상회담도 빠른 시일 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될 부분들이 많다. 아주 중요한 요소들은 고위급 접촉에서 하고 실무적인 부분들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고위급 접촉 과정은 중장기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공식통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뢰를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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