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빠의 수학여행
<신간> 아빠의 수학여행
  • 승인 2014.03.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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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은행나무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정교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초빙 석좌교수, 세계적인 수학 석학이자 아들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아버지 김민형 교수가 가족과 떨어져 영국과 독일에 머물렀던 어느 해 여름 동안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 《아빠의 수학여행》이 출간됐다. 낯선 곳에서 얻는 기쁨과 놀라움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편지에는 쉽고 재밌는 수학 이야기와 함께 평소 아들과 주고받았던 철학, 음악, 미술, 문학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생각들이 따뜻한 문체와 명료한 사유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사람이 우주와 삶에 대해 품는 무수한 질문이 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구하고 ‘플라톤’으로 상징되는 수학과 철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그림과 시의 소재를 얻었다. 질문하는 힘은 인간의 역사를 풍부하게 하고 이끌어왔을 뿐 아니라 개인의 역량도 발전시킨다. 저자는 이 시대의 대표 인문학자인 아버지 김우창 교수로부터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질문들을 좇아 학업의 길을 걸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당장은 답을 얻긴 어려워도, 질문을 거듭하여 좋은 질문으로 탁마해낼 때, 오히려 답보다 질문이 바른길로 안내해준다는 것이다.

수학자 아버지가 쓴 글은 흔히 생각하는 수학, 과학 위주의 딱딱한 이야기일까? 저자의 편지에는 인문학적, 문학적 감성 또한 넘친다. 이 책에는 워즈워스, 하이네, 바이런, 블레이크 등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가 많이 인용되어 있다. 시를 읊고 시 한 구절, 한 구절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탄하기도 하고 시인이 무엇을 상상했을지 따라가 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낭만주의 시인들이 이상으로 삼았던 서양 학문의 위대한 원천인 그리스로마 이야기까지 가닿게 된다.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지적 영역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학문의 영역 어느 쪽으로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이다. 친절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편지에는 단순히 텍스트만 적힌 것이 아니다. 저자는 머물렀던 곳에서 산 사진이나 그림엽서, 편지에서 소개한 그림이나 인물의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다. 시각적인 자료가 질문을 만드는 과정을 구체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의견에 따라 이 책 또한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진 자료들을 여러 장 선정하여 글과 함께 배치했다.

이 책은 수학자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의 기록인 동시에 저자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에세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아들에게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을까? 수학 연구를 위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그는 유럽에서 머물며 그날 겪었던 일들, 만난 사람들,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편지를 써서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우편으로 부쳤다. 인간 지식의 역사가 요동치며 발전했던 곳 유럽, 그 현장에서 느낀 문명과 지적 성취의 향기가 전해진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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