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순 지음/ 서해문집








간도특설대는 우리 현대사에서 대표적 치부의 하나다. 간도특설대는 조선인 항일 무장 세력을 섬멸하기 위해 일제가 괴뢰국가인 만주국에서 소수의 일본인 장교를 제외하고는 전원 조선인만으로 구성한 부대다. 만주국 내 특수부대의 하나로, 1938년 관동군 통제 아래 창설됐다. 하지만 이런 개략적 사실조차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학계에서의 연구도 지지부진한 편이다. 몇몇 단편적 논문이 나와 있는 정도다.

일제의 앞잡이부대였던 간도특설대는 왜 이제까지 제대로 조명이 되지 않았을까? 자료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친일파 청산문제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간도특설대가 ‘민족의 자랑’이었느니 ‘무적의 상승부대’였느니 하는 친일파의 일방적 주장이 앵무새처럼 되풀이되곤 했다.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일제 탄압하에서 조국 땅을 떠나 유서 깊은 만주에서 독립정신과 민족의식을 함양하며 무예를 연마했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펴기도 했다.

이 책은 ‘친일토벌부대’를 둘러싼 진상이 무엇이었는지 갈증을 느끼는 일반인을 위해 간도특설대를 본격적으로 해부한 최초의 책이다. 또한 항일무장부대와 ‘친일토벌부대’의 2분법적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한때 독립운동의 성지였던 간도에 조선인으로 구성된 간도특설대가 어떻게 등장해 활동할 수 있었는지를 더 넓은 시각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펼쳐 보인다.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이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들을 뒤에서 부추기고 조종한 사람이나 세력은 누구였는지, 1930년대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대한 투쟁이 전 세계적 과제로 등장했을 때 그들이 선 자리는 어디였는지, 그들이 집요하게 말살하려 한 ‘공비’의 정체는 무엇이었는지, ‘공비’는 어떤 풍상을 겪었는지, 일제 패망으로 만주국이 붕괴된 후 서로 대립해서 싸우던 이들은 어떤 인생 유전을 겪었는지 그리고 특설대 간부였던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주역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담담하게 전달하고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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