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강제전출’ 예정에 철도노조 파업 초읽기

철도공사와 철도노조가 지난달 31일 진행된 교섭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 측은 만약 철도공사가 850명에 대한 강제 전출을 강행할 경우 곧바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철도공사는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통해 조합원 강제전출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과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은 31일 강제전출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철도공사 측은 ‘강제전출’이 아닌 ‘순환전보’이며 철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철도노조는 “공사가 지난 파업에 대한 보복조치로 ‘강제전출’을 강행하려 한다”며 “이는 열차 안전과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무교섭에서도 노사의 입장차이만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난 1일 사회 각계 원탁회의 기자회견에서 “4개월 만에 최연혜 사장을 만났지만, 이 자리에서 확인한 것은 노사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 뿐이었다”며 “공사는 인사조치가 정당하며, 철도 효율성을 높이는 등 직원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철도공사가 최소 850명에 대한 강제전출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의 파업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작년 파업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기관사, 정비사들이 강제전출 인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파업 대오가 구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지도부 삭발식에 이어, 현재까지 약 1000명의 조합원들이 삭발을 감행한 상태다.

김명환 위원장은 “철도노조는 오늘까지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공사가 인사위원회를 통해 강제전출을 강행한다면, 위원장의 이름으로 직종 지명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만약 철도노조가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먼저 파급력이 높은 기관사 및 정비사들을 중심으로 파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철도노조 파업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민사회는 철도공사의 강제전출 즉각 중단과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120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사회 각계 원탁회의’는 “철도공사는 강제전출을 통한 노조 무력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KTX범대위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여야와 노조는 3자 합의를 통해 철도파업을 마무리하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철도공사는 400여명의 노조간부를 해고, 정직하는 등 중징계를 강행하고, 160억에 달하는 손배가압류와 850명의 강제전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파업에 대한 치졸한 보복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법적으로 전보조치를 취할 때, 기업의 업무상 필요성과 함께 직원이 감수할 생활상의 영향이나 불이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판단한다. 회사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전직의 경우에도 당사자 및 노조와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공사는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집단 전보를 강행하고 있다. 업무성 필요성이라는 실제적 요건도 결여 돼 있고 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관사 및 정비사 등 오래된 인력을 중심으로 강제전출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오히려 공사의 경영효율성을 후퇴, 저하하는 것”이라며 “이는 분명 파업의 주축이 됐던 기관사, 정비사들에게 보복성 조치를 취하는 것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분할 민영화의 걸림돌인 핵심세력을 거세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민주노총은 향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지지, 엄호 방침도 확정한 상태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지난주 중앙위원회를 통해,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지역 연대파업과 총력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며 “아울러 전 사업장에서 100억 원에 이르는 채권을 구입해, 철도노조 가압류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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