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인권위, 국제적 망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적 대망신을 당했다. 세계 120여개국의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정기등급 심사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인권위가 등급 결정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은 2004년 ICC 가입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들어 한국의 국제적 인권 위상이 급추락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ICC 가입이후 줄곧 A등급을 받으며 ICC 부의장국까지 지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출범직후 현병철 위원장(70) 체제가 들어서면서 끊임없이 국제적 비판을 받아왔다. 급기야 등급 추락 직전의 벼랑끝 위기에 몰리게 된 양상이다. 특히 문제 많은 현병철 위원장을 집권후 유임시켜온 박근혜 정권에게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인권위에 따르면 ICC 승인소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개최한 심사에서 한국 인권위의 등급 결정을 보류하기로 하고 이를 최근 인권위에 통보했다. 인권위 규정에 인권위원 임명절차의 투명성과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고, 인권위원과 직원 구성에서 다양성 보장이 미비하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제적 물의를 빚은 각종 인권 침해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 성격이 짙다.


ICC는 인권위에 대해 6월 30일까지 지적 사항과 관련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ICC는 인권위의 답변을 검토해 하반기에 등급을 재심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인권위가 인권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등급 추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ICC는 A등급을 받은 국가에 대해서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며 투표권과 발언권 등을 허용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만에 하나 B등급으로 강등되면 ICC의 각종 투표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 거론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A등급 국가는 70여개국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ICC가 개선하라고 요구한 사항은 모두 법 개정 사안이어서, 정부여당의 협조 없이는 등급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이다.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이 들통났음에도 "나라 없는데 인권 필요 있겠나"(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같은 반인권 발언이 거침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연 등급 추락을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공민재 기자 selfcosn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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