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마다 대책 마련 외쳤지만 법과 제도 따지느라 세월만 흘러가”
“죽을 때마다 대책 마련 외쳤지만 법과 제도 따지느라 세월만 흘러가”
  • 승인 2014.04.1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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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일 넘긴 농성, 계속 죽어가는 장애인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며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한지 600일이 넘었지만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장애인들의 영정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은 15일에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농성과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이들이 농성을 벌이는 동안 4명의 장애인이 세상을 떠났다.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화재로 숨진 김주영 씨, 부모님이 일하러 간 사이 화재를 피하지 못해 숨진 박지우 · 지훈 남매, 장애등급 재심사에서 탈락해 수급 자격을 박탈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진영 씨 등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오는 주말이 34번째 장애인의 날이지만 축하할 수가 있겠느냐"라면서 "죽고 사경을 헤매는 이들이 나올 때마다 등급제 폐지와 긴급지원 대책 마련을 목 놓아 외쳤지만 법과 제도를 따지느라 수년이 흘렀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장애인 자립생활체험홈에 거주하던 장애 3급 송모(53) 씨가 화재를 미처 피하지 못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뇌병변장애 5급과 언어장애 3급으로 혼자서 보행 등 거동을 할 수 없고 말도 하기 어려운 송 씨는 화재 당시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전신의 30%에 화상을 입었다. 송 씨는 지금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고 있고 폐 등 장기 손상 가능성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송 씨의 장애등급은 중복 장애 3급으로, 현행법상 장애 2급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신청할 자격이 안 된다.

광화문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라나 활동가는 "송 씨는 열려있는 문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도움도 요청하지 못한채, 불길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는데 미동도 하지 못했다"며 "활동보조 서비스만 받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동은 국장은 "송 씨의 경우 3급이지만 활동보조가 전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송 씨의 팔 기능은 쌀을 씻어서 밥솥에 옮겨 놓을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20여년간 지내온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준비하면서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장애등급 재심사까지 청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송 씨는 재심사에서도 종전과 같은 3급, 즉 `본인 스스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장애등급제가 의학적인 기준과 서류심사로만 등급을 매겨 정작 일상생활에서 활동보조 등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도 장애등급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폐지 수순을 밟아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학적인 기준으로만 판정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모든 서비스가 결정되는 점을 개선할 필요가 인정된다"며 지난해부터 다양한 장애인단체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기구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다만 장애등급제가 당장 폐지되면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새 판정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체계는 당사자의 사회환경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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