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회·이용철·정병설 외 지음/ 문학동네







18세기의 ‘맛’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흥미로운 단면을 맛깔나게 서술한 책이 나왔다. 안대회, 이용철, 정병설, 정민, 주경철, 주영하, 소래섭 등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인문학자 스물세 명이 쓴 글을 엮어 만든 책이다. 한국18세기학회는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의 18세기를 다채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으로, 이 책은 학회가 일반 독자들과의 소통을 목표로 기획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책에 실린 글은 2012년 9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격주간으로 네이버캐스트에 연재됐으며, 2012년과 2013년 봄·가을, 같은 내용으로 개최된 학술발표대회는 대중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으며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오감 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직접적인 감각을 들라면 미각을 들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먹어야 산다. 생존과 직결된 감각인 만큼, ‘인간의 먹이’ 없이 인간을 말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왜 하필 18세기인가? 18세기는 근대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문화가 풍성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던 시기다. 한마디로 먹고살기 위해  ‘먹을거리’ 차원의 음식이 비로소 ‘맛’의 차원으로 변화하던 때가 18세기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존의 차원을 넘어선 문화로의 보편적 이행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8세기 이전에도 맛을 탐한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전에는 미식을 즐기던 계층이 일부 부유층과 권력가들에 한정돼 있었던 반면, 18세기부터는 ‘그들’의 취향이 대중의 취향으로 널리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변화는 가히 식탁 위의 혁명으로 부를 만했다. 누구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곧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됐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거대한 변화와 전환의 격동기였기에, 그 시대의 미각을 말하다보면 맛과 맞물린 시대의 변화상이 자연스럽게 이끌려나오게 된다. 그리하여 음식의 맛은 혀끝의 감각에만 한정되지 않고 문화와 교류, 경제와 사회의 복잡한 세계사를 인드라의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엮어주는 그물코가 된다.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동서양의 맛과 그 맛에 얽힌 흥미로운 현상을 살펴보려는 동기가 여기에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