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연이은 자살, ‘베르테르 효과’ 우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에게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희생자 가족 어머니가 자살을 기도한 지 이틀만에 또 다른 희생 학생의 아버지가 자살을 기도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1일 안산 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40분께 정부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 인근에서 서모(51) 씨가 자살을 시도하려다 출동한 경찰이 발견해 무사히 가족에게 인계됐다.

경찰은 서 씨가 연락이 안 된다는 딸의 112신고를 받고 위치추적을 했다. 이를 통해 서 씨가 분향소 인근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수색을 벌이던 중 유가족 대기실 뒤편에서 나무 밑에서 허리띠를 풀어 고리를 만들고 있는 서 씨를 발견했다. 서 씨는 가족과 함께 귀가 조치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에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김모(44) 씨가 자택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등 연일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자살을 기도하는 학부모들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자살관련 보도가 또 다른 피해자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자살예방협회 안용민 서울의대 교수는 “유가족들의 자살 기도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또 다른 피해 가족들에게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보도 자제를 당부했다.

안 교수는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자살이란 단어가 언론을 통해 전파 될 경우 베르테르 효과로 또 다른 희생자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부득이한 경우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정한 자살보도 권고 기준 2.0에 맞춰 보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도 “언론 보도 시 자살이라는 단어 등 선정적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하 원장은 “자살보도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더욱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며 “유가족 등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유가족과 학생, 주위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전문적인 상담치료”라며 “현재 100여명의 전문의가 투입된 가운데 임상, 심리상담 치료가 진행 중”이라고 얘기했다.

한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뿐 아니라 이번 참사를 지켜보는 국민들마저 큰 슬픔에 빠져 들면서 자살 사고가 발생해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우울증에 노출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제의 의존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해주고 있다.

지난 9일 안산시 모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B씨가 집안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B씨는 방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B씨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자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은 진도까지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8일에는 인근 시에 거주하는 30대 초반의 C양이 합동분향소를 방문. 조문을 마치고 돌아간 뒤 다음날 새벽 1시께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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