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건 지음/ 도서출판 흰두루





만주벌판의 고구려만 생각하고 있던 한국 고대사회의 지평을 중앙아시아, 유럽 일부 지역까지 확장시킨 송동건 교수의 두 번째 역작(力作)이 나왔다.

송동건 교수의 첫 번째 역작 ‘고구려와 흉노’를 읽은 독자들은 이것이 우리의 역사라고 의심하지 않겠지만, 처음 접한 독자들은 이것이 왜 우리 역사인가 하고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찬찬히 읽어 보면 우리 역사임을 잘 알게 될 것이다.

우리 고대 역사는 방대한 영토를 다스렸다. 몽골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로마까지 뻗어있었던 무쿠리는 고구려의 일부로, 거대한 영토를 장악했던 것이다. 서양에는 이 무쿠리 제국이 ‘아발스’라고 알려져 있는데, 연연제국이라고도 한다.

고구려는 두 개의 제국으로 나누어서 통치했다. 고구려 제국과 무쿠리이다. 이것을 저자는 ‘이중제국’이라 명명하였다. 역사적으로 이와 비슷한 예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이 있다. 그러나 고구려와 다른 점은 오스트리아-헝가리는 동격의 이중제국이었지만, 고구려-무쿠리는 신하관계의 이중제국이라는 점이다.

무쿠리, 즉 연연의 카칸(可汗)은 고구려 관직의 1품(一品)에 해당하는 신하라는 점이다. 무쿠리는 3세기에 고구려가 확보한 영토의 수장의 이름인데, 여기서 대를 이어 통치를 해 오는데 사륜(社崙)이란 걸출한 지도자가 나와 서역원정을 떠난다. 사륜(社崙)이 394년 왕(王)으로 서역원정의 길에 올랐다가, 403년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돌아오자 그에게 카칸이란 칭호가 처음으로 주어진다. 카칸은 황제(皇帝)의 격으로, 고구려 관직의 일품(一品)이다. 을지문덕도 1품 카칸의 직위를 가졌고, 연개소문은 2품 막리지 직위를 가졌다.

그런가 하면 ‘장’은 고구려가 사용한 용어로서, 중국어의 번병 즉 조공국이다. 중국의 황제들은 고구려의 번신인 것이다. 다시 말해 고구려는 남북에 한명씩의 황제를 두고 있었다. 대륙에 여러 명의 황제가 있었을 경우 그들이 모두 동등한 황제가 아니라 고구려는 그들에게 등급이 다르게 대접했다. 예컨대 남연의 모용덕은 청주의 광고에 입성하면서 황제를 칭하는데 동시에 그는 이름을 모용비덕으로 고치는데 ‘비’는 외근무관인 ‘대모달’인 것이다. 그렇게 이름을 고쳐 고구려의 하위 무관이 된 것이다.

이번 저서에는 이밀의 가계, 계보가 나오는데, 위징이 찬술한‘이밀표지명’에 드러난 진실은 이밀은 고구려의 다섯 부중의 한 부의 대가 가문출신 고구려인이며 기자후예라는 것이다. 또한 기자 이후 역대 왕조마다 공후를 배출하여 중국 통치사에 깊게 관여했음을 저자가 밝혀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예가 ‘양씨’들이다. ‘후한서’부터 ‘수서’까지 양씨가 꾸준히 공후로 나온다. 그들은 남조와 북조를 오가며 이름이 보이고 있다. 이들 양씨들은 남북을 오가며 등장하는데, 특히 남조 왕조에 명성이 두드러지게 두각을 나타낸다.

‘고구려와 흉노’에 이어서 고구려의 진짜 역사, 역사 속에 가려진 무쿠리를 파헤치고, 또 중국 통치사에 고구려인들이 깊게 관여했다는 사례를, 중국고서에서 발견해낸 송동건 교수의 저서는 매우 흥미롭다. 앞으로 더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서 감춰지고 왜곡되었던 우리 역사의 실체가 보다 확실히 들어나게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