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여당의 텃밭인 부산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월호 여파를 직접적으로 맞은 수도권과 달리 다른 지역은 이전과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부산시장 선거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선전으로 마지막까지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혼돈으로 빠져든 부산시장 선거 판세를 살펴봤다.




#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왼쪽부터)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3대 화두는 ▲후보 정체성 ▲부산 발전론 ▲제3후보의 캐스팅보트 역할로 요약된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최근 TV토론에서 상대방의 정체성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서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 과정을 되돌아보면 오 후보는 무소속으로 위장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라며 “부산의 미래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까지도 새누리당 사람도 만나고 새정연 인사와도 접촉하는 등 유리한 쪽으로 말을 갈아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무소속 시장으로서 정당의 지원 없이 제대로 부산시정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세 시장 VS 시민 후보

이에 맞서 오 후보는 “지방행정은 생활행정이다. 정당의 정강정책은 중요치 않다”며 “이 정당이면 어떻고 저 정당이면 어떠냐. 여야 막론하고 모든 의원과 의논할 수 있다”고 무소속 후보로서의 장점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또 서 후보를 겨냥 “중앙정치만 바라보고 정치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은 시장이 돼선 안 된다. 저는 시민에게 권력을 주겠다”고 역공을 펼쳤다.

어느 후보가 부산 발전에 적합한지를 놓고 겨루는 이른바 ‘부산 발전론’도 관심사다.

서 후보는 이와 관련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며 “집권여당과 의논하고 정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한편 정책 어젠다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부산 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권 실세임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오 후보는 “20년 동안 새누리당 1당 독점 체제가 부산을 어떻게 만들었느냐”며 “시민들의 힘을 모아 부산을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시민대연합론’을 강조했다.

제3후보로 분류되는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가 얼마나 득표할지도 서병수-오거돈 양강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고 후보는 KBS·MBC·SBS가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5.3%의 지지를 얻었다. 이 여론조사에선 서 후보가 39.6%, 오 후보가 34.2%의 지지율을 보이며 박빙 승부를 펼쳤다. 결국 고 후보가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 김영춘 후보의 사퇴 이후 범시민 후보를 표방한 오 후보와 진보정당 후보인 고 후보 사이에서 고심하는 전통적 야당 지지층의 최종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물밑 선거전 치열

한편 부산시장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를 감안해 비교적 조용하게 행사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서 후보는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선대위의 명칭을 ‘일하는 선대위’로 정했다. 당선 후 핵심공약 실천에 중점을 뒀으며 학계와 법조계 기업 시민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박관용, 김형오, 박희태 전 국회의장 3인이 명예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공동 선대위원장에는 유기준, 김정훈 국회의원과 서의택 전 부산외대 총장, 이재호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서 후보와 새누리당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박민식 의원도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또 고문격의 의장단에는 정문화 김기재 전 부산시장과 김석조 부산시의회 의장 홍인길 전 청와대 부석비서관 등 13명이 임명됐다.

무소속 오 후보는 시민과 정책을 화두로 ‘오거돈 시민연합캠프’ 선대위를 구성했다. 여성, 시민, 안전, 복지 등 4개 분야로 선대위를 만들었다. 목연수 전 부경대 총장이 안전 분야를 맡으면서 총괄선대위원장도 겸한다.

‘시민연합캠프’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대위원장에 정치인을 배제한 것도 특징이다. 의사, 변호사, 주부, 대학생 등 500명 남짓한 시민들이 특보단에서 활동한다. 김영관 전 김진재 의원 보좌관이 특보단을 이끈다.

선대위에는 포함되지는 않지만 자원봉사단도 운영한다. 단장에는 옥성애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맡았고 정당 조직선거가 아닌 시민의 힘을 결집한다는 뜻을 담아 1만 명을 목표로 자원봉사단을 모집한다.

또 허남식 시장과 권철현 박민식 부산시장 후보 캠프 등 새누리당 조직에 있던 인사들을 영입해 지역, 직능별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고창권 통합진보당 부산시장 후보는 평범한 시민 300명으로 구성된 멘토단을 꾸렸다. 이 멘토단이 선거대책위원회 기능을 맡게 된다.

그 동안 새누리당의 안방이었던 부산의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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