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바람에 날리어
<신간> 바람에 날리어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4.06.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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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지식여행








국내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 하지만 일본 문학계에서는 소설 『청춘의 문』으로 출판업계 최고의 초판 발행부수 100만 부를 기록한 거장으로 불린다.

인생에 대한 통찰과 혜안이 담긴 첫 번째 에세이 『타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애독서로 알려지면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인생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전하는 두 번째 에세이 『대하의 한 방울』로 국내 독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대의 바람을 타고 거슬러 올라, 퇴색되지 않는 ‘청춘’의 반짝임에 대해 노래한다.

푸를 청(靑), 봄 춘(春.)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청춘 신드롬’ 혹은 ‘청춘 열풍’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가장 뜨겁게 자신만의 열정과 꿈을 펼쳐야 할 순간에, 갈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 청춘들. 고학력 시대, 그러나 터무니없이 값비싼 대학등록금 때문에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빚쟁이로 전락하게 된다. 청년백수 100만 시대, 뛰어난 스펙은 있지만 가슴 떨리는 스토리는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슬픈 영혼들. 더 이상 내 삶의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타인에게 인정받는 멘토를 찾아 그들의 삶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주체성 없는 젊은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 청춘이 아닐까?

자유의지의 부재, 스토리보단 스펙, 과정보단 오로지 결과만을 중시하며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절을 ‘경쟁’과 ‘성공’을 위해 달리고 있는 21세기의 청춘들에게는 잠시 숨 돌릴 틈이 필요하다.

이츠키 히로유키는 세상을 바라보는 데 두 가지 사고방식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진보라는 관념. 또 하나는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중 ‘청춘’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누구나 후자의 입장으로 접근해가는 것 같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불쌍해.”
대부분의 어른들이 자신의 청춘 회고를 이런 대사로 매듭짓는다. 그리고 묘하게 잔학한 눈빛으로 청년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츠키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든다고 한다.

 이츠키 히로유키는 여러 작품집 중, 그 어느 것보다도 이 에세이집에 큰 친밀감을 느낀다고 한다. 1960년대에 반짝이는 청춘의 시절을 보낸 그는, 그 시기에 느꼈던 불안과 동요, 희망과 고양감 등이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일종의 감개를 억누를 수 없다고 한다.
 
“에세이라는 건 본래 인생과 사회에 깊은 통찰을 가진 숙련된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나처럼 젊고 객기 어린 인간에게는 부담이 큰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굳이 이 글을 책으로 담으려고 했던 것은 수입을 위해서도 아니고, 자기만족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와 동세대,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젊은 세대의 친구들에게 직접 작은 메시지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인생은 정해진 대로 흐르지 않고, 딱히 ‘이거다!’라고 정해진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부는 바람에 날리는 대로, 흘러왔을 뿐이다.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는 방황의 시간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또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을 필요도 없고, 회의적인 생각만을 품을 필요도 없다.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청춘들이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자. 바람에 날리는 대로 이리저리 흘러들어 가보자. 그리고 1960년대의 청춘들이여, 그때 가슴에 품었던 꿈과 열정을 잠시 떠올려보자.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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