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 지음/ 비채






동아시아 최초,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이자 2010년 로타 로마나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교황청의 법적 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동일 교수. 그가 가슴 뜨거운 첫 번째 고백을 털어놓는다. ‘한국인 최초, 최우등 수료, 5개 국어 구사’와 같은 수식어를 가진 그이지만 이 책은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담에 가깝다. ‘꿈꿀 수 없는 사회’라는 딜레마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 속에는 현실과의 타협을 종용하던 가난과 끝이 보이지 않는 언어장벽을 넘어서야 했던 청년 한동일의 꿈과 인생, 끝나지 않은 도전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당신이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은 안녕한가”, “절망의 나락에서도 우리에겐 꿈꿀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그가 10대와 20대 청년은 물론,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꿈꾸는 바를 현실화하는 방법’을 담았다.

좁은 어깨에 140부의 신문을 짊어지고 청량리를 걷고 또 걷던 아이, 천막 같았던 단칸방에서 현실을 잊기 위해 영어단어를 외우고 또 외웠던 아이…. 소년 한동일이 처음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을 때 현실은 모질기만 했다. 학력과 스펙, 가난한 배경은 언제나 그의 발목을 잡았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탄탄한 직선도로가 아닌 험준한 비포장도로였다. 외롭고 고된 이탈리아 유학시절에도 그는 꿈을 구체화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건강이 나빠졌을 때에는 자투리시간 1분? 활용할 방법을 고심했고, 유럽인이 아니면 구사하기 힘들다는 라틴어를 익히기 위해 밤잠을 줄였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마쳤다 하더라도 변호사 자격시험은 일생에 단 두 번, 합격비율은 5~6퍼센트에 불과했다. “네 형편과 스펙과 배경으로는 어렵다”, “분수에 맞게 살라”는 끊임없는 비난과 회유의 말들에도 불가능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그는 “공부할 수 없는 환경, 공부에 몰입할 수 없는 현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극복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것이 남들보다 더디고 느렸던 ‘슬로우 스타터’ 한동일이 비로소 세계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저자는 ‘할 수 있다’는 흔하디흔한 응원의 말 대신, 깨지고 부딪히고 아파했던 실패의 순간들을 털어놓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을 걷는 기분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매 순간 좌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여덟 개의 이야기 바구니 속에 담았다. 1장에서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를 만날 수 있고, 2장과 3장에서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야 했던 십대 소년시절을, 4장에서는 ‘온 세상이 학교’라는 말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신학대학 시절을, 5장과 6장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언어장벽을 넘어서야 했던 유학시절을, 7장에서는 한계에 부딪히거나 의지가 약해질 때면 어떤 방법으로 이겨냈는지 등 순간순간의 선택과 판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꿈을 이루기 힘든 사회체제와 그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충고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변호사 자격증 수여식 당시 “네가 처음으로 동양에서 왔니?” 하며 박수갈채를 받던 순간에는 누구나 가슴이 뜨거워지고, 유럽인들로부터 “쌀을 먹는 민족은 미개하다”, “꺼져버려!”라는 말을 들으며 하대를 당하던 순간에는 가슴 가득 울분을 품게 된다. 누구나 겪을 법한 진짜 이야기와 진심 어린 충고를 통해 독자들은 어느덧 “나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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