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실무교섭 재개 결정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가 임단협 재개를 위한 비공개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확정했다. 염호석열사대책위원회 박정미(금속노조 정책국장) 대변인은 지난 14일 “전날(13일) 열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회사 측이 비공개 교섭의 일종인 “블라인드 교섭을 요청했다”며 노사 양측의 교섭단 구성과 교섭위원 등에 대해 함구했다. 박 대변인은 “노조는 삼성에서 교섭위원으로 누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관련해선 어떤 것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 측 교섭단 구성과 교섭위원에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마찬가지로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노조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교섭재개와 입장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 측이 비공개를 조건으로 교섭을 요청하면서 노사 양측은 지난 5월 25일부터 실무교섭을 했다. 하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6월 2일 최종 결렬됐다. 이번 실무교섭이 재개되기 전, 삼성은 지난 10일부터 직접 나서 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양쪽에 비공식적으로 교섭 재개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회사와 노조가 각각 1명씩만 참여하는 비공개 실무교섭을 제안했다. 사측 교섭위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노측은 조건준(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선부장) 교섭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사는 노조 활동 보장과 임금체계 문제 등 노사 갈등의 핵심 교섭쟁점에 대해 마지노선 교섭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한 관계자는 “회사는 타임오프 9천 시간 제공, 임금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하되 기본급은 월 120만 원 교섭안을 냈다”며 “더불어 폐업한 3개 센터를 재개장하고 노동자 전원 고용 승계, 경총이 아닌 협력사와 노사 임단협을 체결하는 등의 안”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은 원청의 교섭 참가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철통 보안 비공개 교섭을 요청한 만큼 삼성 원청이 이번 실무교섭을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삼성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는 서비스기사가 삼성 직원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이라며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위장도급을 숨기고, 노조와의 직접 교섭도 피하는 곳이 바로 삼성”이라며 “삼성이 직접 노사 교섭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 삼성이 위장도급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니까,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건희 회장 건강악화에 경영 승계 문제가 부각되면서 삼성전자가 비공개로 직접 노사 교섭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번 결렬된 실무교섭도 매번 장소를 옮겨가며 비밀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전국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서비스기사들은 지난 해 7월 노조를 결성했다. 협력사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과 노조는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올해 4월 최종 결렬됐다. 임단협 교섭 결렬과 맞물려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5월 17일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노조는 5월 1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전면파업 중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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