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
<신간>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4.06.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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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 스님 지음/ 리더스 북







진오 스님은 고등학교 시절, 출가(出家)를 결심하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에 진학해 부처님 말씀을 배웠다. 출가자로 34년의 삶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다른 자신을 만났고, 수없이 변해가는 세상과 만났다. 그가 보았던 삶의 현장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낯선 남의 나라로 건너와 편견과 오해, 냉대 속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목숨을 걸고 탈출한 뒤 남한에 적응을 하지 못해 신음하는 통일아이들이 있었으며, 가정폭력과 이혼, 사별로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 내몰린 다문화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기도가 아닌 보다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그가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복지 센터를 세운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중생 구제와 구도행위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사람들은 스님은 산에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그는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는 수행자에게 있어야 할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구도자로서 수행하는 길이 반드시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최근 이러한 종교적 신념과 그간의 행보를 담아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라는 책을 펴냈다. 기존에 스님들이 주로 다뤄온 마음 다스리기나 상처 치유하기 등의 힐링 에세이와는 사뭇 다른 색채의 책이다. 이 책은 그가 지난하게 밟아온 수행의 기록이며, 상처받고 고통 속에 버려진 우리 이웃과 그들을 외면한 우리 자신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로 짐작할 수 있듯이 산속에서 염불이나 외워서는 중생을 구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종교 철학이다. 어떤 스님은 산사에서 공부와 명상을 통해 더 큰 가르침을 얻기도 하고 어떤 스님은 오랜 시간 묵언 수행하며 정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택한 길은 세속에서 사람들과 섞여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실천하는 수행이다. 그는 베트남으로 건너가 ‘해우소 108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황거(皇居) 공원에서 출발,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이시노마끼시까지 왕복 1,000킬로미터를 완주했다. 그리고 2013년 한독수교 130주년, 그리고 파독광부 50주년을 맞아 독일의 옛 수도 본에서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700킬로미터를 달렸다. 그가 부처의 자비를 전하는 데 장소와 인종은 무의미하다.

이 책에는 지난 12년간 끊임없이 달려온 그의 삶과 그를 달리게 했던 숱한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달리기를 함으로써 그가 만들어온 남다른 수행의 과정이 담겨 있다. 부처나 예수가 그리고 진리가 반드시 절이나 교회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진정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주변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성인들이 설파한 말씀을 실천하는 일임을 그는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실천을 통해 몸소 보여준다. 그가 자신과 이웃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쓴 이 책을 읽다 보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자비’와 ‘사랑’을 배울 수 있다는 부처의 가르침이 반드시 종교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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