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21세기북스



[위클리서울]

삶과 죽음을 따뜻하게 끌어안은 최고의 휴머니스트 작가 미치 앨봄이 매혹적인 새 소설을 내놓았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비롯해 2013년에 출간한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등 전 세계 41개국 42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부가 팔린 미치 앨봄의 여섯 번째 국내 번역서이자 네 번째 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삶과 죽음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적 이별 앞에 선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 그리고 사랑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번만 더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콜드워터라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떠나보낸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기 시작한다. 죽은 엄마, 아들,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전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할 수 있다는 기쁨이 교차하는 심리가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미치 앨봄은 뇌졸중으로 언어를 잃어버린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언급한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던 어머니와 대화할 수 없게 되면서 관계의 커다란 부분이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어머니의 칭찬, 회고담, 다정한 잔소리, 그리고 웃음소리가 그립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하고,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는 자양분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 사람이 떠난 후에는 그 목소리가 오랫동안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 절절한 감정이 불러온 상상의 선물이 바로 ‘천국에서 온 전화’인 것이다.

‘천국과의 통화’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대화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알렉산더 벨의 꿈이 가장 극적으로 실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전화’라는 연결 수단에 거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 감정을 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 진화해가는 소통 수단을 능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소통의 애틋한 감성은 잃어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또 ‘콜드워터의 기적’을 사냥하듯 취재하고 전시하는 현대 미디어의 행태를 보여줌으로써 전화에서부터 시작된 소통, 연결, 미디어의 올바른 戀藪� 대한 고민도 던져준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이 토머스 왓슨과의 인류 최초 통화에서 한 말은 “여기로 와. 보고 싶어”였다.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도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통화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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