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 승인 2014.07.2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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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익산떡

"전라도 민요의 하나. 일반적으로 육자배기는 <긴 육자배기>와 <자진육자배기>를 합쳐 말한다. <긴 육자배기>는 진양조에, <자진육자배기>는 세마치장단에 맞추며, 보통 《보렴》 《화초사거리》 《육자배기》 《흥타령》 등의 순서로 부른다. 음계는 낮은 소리는 떨어주고, 중간소리는 평으로 내며, 그보다 위의 소리는 반드시 꺾는 목소리를 내는 전라도소리의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서도의 대표적 민요가 《수심가》라면, 전라도의 대표적인 민요는 《육자배기》이다."
그녀를 보면 <육자배기>가 떠오른다. <육자배기>가 정확히 뭔지 몰랐다. 그런데도 그녀에게선 그 <육자배기>가 배어 나왔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그리고 무릎을 쳤다. 아하, 그래서였구나.

전라도….


맞다. 그녀는 전라도 여자다. 얼굴만 보아도 안다. 행동만 보아도 안다. 말투는 남도인지, 북도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육자배기 같은 걸쭉한 입담이 그칠줄 모르고 쏟아진다.

그래서 물었던 거였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였다. 전라도 어디가 고향이에요? 보통 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질문은 이렇지 않다. 어디가 고향이에요?? 쯤 될 게다. 그런데 사족이었다. 그래서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

전라북도 익산이여!! `요`자가 차마 붙지 않는다. 붙였는데 들리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듣고 싶은 화자의 욕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걸쭉한 건 걸쭉해야 한다는 욕구, `요`자가 붙는 게 더 어색할 것 같다는…� 그런 거다.
 
왜? 하는 단말마의 첨언이 확신을 갖게 한다. 아니, 그럴 것 같아서…. 이쯤 되면 기가 죽는다. 간신히 한마디 덧붙인다. 저는 고향이 어디인 것 같아요?? 글씨, 어딘가?? 동행한 놈의 입이 방정이다. 그 쪽이여요…. 화자의 고향 역시 그쪽이란 얘기를 걸쭉한 남도 억양으로 얘기해버린다. 어딘디?? 고창이구만이라우!! 용기 내서 억양을 살려보려고 하지만 어색하다.  그 집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정확하게 서울 동대문구 숭인2동 201번지, 동대문에서 신설동 로터리 방향으로 직진하다 동묘 사거리를 지나서 약 100미터, 농협이 나온다. 농협을 끼고 우회전해서 25m 유료주차장 한 켠이 그녀의 일터다. 이름하여 `스트릿 레스토랑`. 화자가 붙인 것이다. 그것도 초등학생인 딸아이 영어교육 때문에…. 딸아이는 저녁 7시30분 경이면 전화를 걸어온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밥은 먹고 들어올 것인지, 집엔 몇 시에 들어올 것인지 등을 묻는 전화다. 그런데 모든 대화가 잉글리시 스피킹이다. 딸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잉글리시 스피킹 실력 무지하게 딸리는 화자가 제안한 것인데, 딸아이는 그럭저럭 재미가 있나보다. 그래봤자, `웰 아유??` `왓아유 두잉??` `웬 유 컴백 호움??` 식의 질문에 역시 그 정도의 답변을 하는 게 고작이지만….

그곳에 간 첫날 저녁 7시 30분에도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웰 아유??` `아임 니어 마이 오피스` `니어??` `예스…` 하고 구체적인 장소를 말하려는데 말문이 막힌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나온 명언 `스트릿 레스토랑!!`. 이쯤돼서 넘어가야 하는데 딸아이, 몇 번 해봤다고 한마디 더 내세운다. `왓이즈잇??` `음…인투 코리안…포장마차!!`. 화자 손에 이끌려 몇 차례 어거지로 포장마차 경험을 한 적이 있는 딸아이의 `아이 언더스탠드!!` 소리가 산지 3년된 핸드폰을 빠져나와 `스트릿 레스토랑`에 울려퍼진다. 의기양양 딸아이 질문이 이어진다. `왓아유 두잉 데어??` `아임 드링킹 코리안 와인…음…막걸리!!`.

그렇다. 이보다 기막힌 잉글리시 스피킹이 있을 수 있을까. 술을 마시던 숭인동 사람들이 쳐다본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익산떡!! 이란 별칭은 그날부터 화자에 의해 불려지게 된 것이다. 표준말은 `익산댁`이 될 것인데, 화자의 고향인 고창에서, 동행인의 고향인 전남 영광에서, 익산떡의 고향인 전북 익산에선 그렇게 불렀었고 지금도 불려질 것이다.

익산떡의 얼굴에 벙그레 웃음이 번진다. 기분이 나쁘진 않은 모양이다.

<계속>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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