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두 번째 이야기-스트릿 레스토랑

익산떡이 일하는 `스트릿 레스토랑`은 따뜻하다. 찬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폭설이 전국을 뒤덮어도 온기가 가득하다. 난로가 두 개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불꽃을 내면서 타는 석유난로다. 덩치가 크다. 또 다른 하나도 석유난로다. 불꽃은 보이지 않고 따뜻한 스팀을 내보낸다. 두 개의 난로는 항상 맹렬하게 타오른다. 불꽃을 내는 난로가 시뻘겋다. 약-중-강 3단으로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항상 `중` 이상에 고정돼 있다. 그건 손님이 있건 없건 마찬가지다.
손님이 따뜻해야제…. 포장마차라고 추우면 쓰겄어??
말통으로 기름이 하루에 꼬박 한 통씩 들어간단다. 기름 값도 비싸기만 하다. 뛰어오른 유가 때문이다. 하루에 1만9000원씩은 고스란히 갖다 바쳐야 한다.
포장마차는 두 개의 포장마차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수레가 있는 `진짜` 포장마차다. 다른 하나는 `진짜`에 덧대어 포장을 친 `더부살이` 포장마차다. `진짜`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된 냉동고가 있다. 냉동고엔 온갖 종류의 안주거리들이 푸짐하다. 문어, 꽁치, 꽃게, 꼼장어, 꼬막, 병어, 가이바시라, 대합 등 해산물이 주종을 이룬다. 오돌뼈, 칼국수 등은 물론이다.
전부 다 싱싱혀…. 그렇다. 전부 다 싱싱해 보인다. 어지간한 주당인 화자는 나 좀 잡셔주쇼, 하고 몸뚱아리를 고스란히 맡기고 있는 이 놈들의 상태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 한번씩 꼭 띠어 오는 것이여, 라는 익산떡의 첨언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 뿐 아니다. 익산떡은 솔직하다.
그곳에 들를 때마다 화자는 항상 갈등할 수밖에 없다. 전부 다 댕기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모두를 다 주문하는 건 국가 경제를 위해서나, 화자의 짧은 입맛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족히 300초에서 350초 정도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동행인까지 불러서 합의를 본 끝에 결정을 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갈등이 거기서 끝을 맺는 건 아니다.
오늘은 꼼장어를 먹어볼까, 하면 영락없이 익산떡의 뒷말이 따르게 마련이다.
요즘 중국산 많이 들어온디야….
그래요?? 그럼 뭘 먹지?
병어 먹어!! 요즘 철이 잖어.
결국 300초에서 350초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그렇게 허물어지고 만다. 그리고 잠시 후 화자는 익산떡의 강력 추천에 내심 감탄을 하고 만다.
뼈째 썰어내오는 병어회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맛도 맛이지만, 익산떡의 후덕한 손인심이 또 한번 발휘돼 나오는 시디 신 김치에 싸 먹는 병어회 맛은 가히 천하일품이라.   
바로 이 맛이여!! 절로 전라도 사투리가 튀어 나오는데….

다음에 계속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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