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환 선생님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이 글은 갑오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이신 조광환 선생님(전북 학산여중)이 들려주는 청소년을 위한 동학혁명이야기입니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고 그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란 생각에서 연재했던 것을 독자님들의 적극적인 재 연재 요청에 의해 다시 한번 게재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전녹두는 다리에 총상을 입어 아직 치유되지 않은데다가, 다른 병도 생겨 위독한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우치다 영사는 곧바로 경성수비대의 일등 군의인 오노에게 치료를 청했는데, 생명에는 별 지장없다.
그래도 바로 그를 조선인의 손에 인도할 때에는, 물론 충분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할 우려가 있다. 당분간 영사관내에 유치해서 치료하고, 대충 건강을 회복시켜서 인도하기로 해서 어제 이후 그를 눕힌 채 취조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몸으로도 그의 기개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답니다. 나주에서 서울로 잡혀올 적에 그의 태도를 이렇게 전합니다. 

“전봉준이 벼슬아치를 보고는 모두 너라고 부르고 꾸짖으면서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길을 오는 동안 죽력고(대나무 진액으로 빚은 술)와 인삼, 미음을 달라고 하여 먹으면서 행동거지가 조금도 두려움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그의 뜻을 거스르면 꾸짖기를 ‘내 죄는 종묘 사직에 관계되니 죽게 되면 죽을 뿐이다. 너희들이 어찌 나를 함부로 다루느냐’하였다. 잡아가는 자들이 이를 보고 ‘예예’ 하며 잘 모셨다.”(「오하기문」3필).

이렇듯 적 앞에서도 굴함이 없이 당당한 그가 체포되면서 사실상 동학농민혁명의 꿈은 좌절되었고, 이후 우리 민족은 일제의 침략정책에 의해 식민지 노예로 전락해 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은 우리 역사 속에서 한국근대사의 성패(成敗)가 갈리는 그 순간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근대 민중가요의 효시 ‘새야 새야’

‘민중가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요. 시위, 파업 등….
과거 군부독재시절을 거치면서 소위 말하는 운동권 가요로 알려진 민중가요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모든 부문운동에서 사회부조리와 부정부패에 맞서 의롭게 항쟁하다 쓰러져간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죽음을 보아왔던 민중의 울분을 담은 노래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 집회가 있는 장소라면 빠지지 않고 마치 생활습관처럼 부르던 노래들, 그런 민중가요는 민중의 투쟁이 있는 곳에서 그들을 하나로 모아주고 힘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자리 매김 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 민중가요의 뿌리를 찾아보면 그 근원은 민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서양제국주의와 청·일본의 침략과 그에 빌붙은 위정자에 맞서 죽창을 들고 부르던 혁명의 노래, 왜놈에게 쫓겨 아리랑 고개를 넘으며 부르던 설움의 노래, 북만주의 차가운 하늘에 퍼지던 조국을 향한 염원을 담은 노래들 말입니다.

민중가요는 솔직히 목으로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느끼고 불러야 하는 노래랍니다. 즉, 민중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정서를 이해해야만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노래지요. 민중가요의 생명력은 민중의 마음과 일치되는 그래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오래 갈 수 있지요. 그래서 민중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노래하는 민중가요는 언제나 진실을 말합니다. 이런 근대 민중가요의 효시가 되는 노래 한 곡 살펴볼까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간다.

들어들 보셨지요? 동학농민혁명을 전후해서 불려진 노래로 이런 종류의 노래를 참요(讖謠)라고 합니다. 참요란 민요의 한가지로 주로 예언이나 은어의 형식으로 나타낸 노래로, 흔히 정치적 변동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지고 불려지지요.

위의 가사 중 ‘파랑’은 ‘八王’으로 되어진 온전 전(全)자를 뜻하며 그래서 전봉준 장군을 상징한 것이고 ‘파랑새’는 전봉준 장군을 따르는 민중들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해석하면 노래의 앞뒤가 맞지 않지요. ‘파랑’은 외세인 ‘청’나라로 그리고 ‘녹두’는 전봉준 장군을, ‘청포장수’는 민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앞 뒤 문맥이 통하지요. 전라도 지역에서 채집되는 또 다른 노래를 살펴보면 ‘녹두’가 전봉준 장군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답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