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옻 오른다고??…익산떡에게 물어봐!!

저 번들거리는 여덟 개의 눈들, 그 탐욕에 젖은 침을 삼켜대는 4개의 입들…. 세상 모든 일엔 앞과 뒤가 있는 법이다.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는 얘기다. 우는 사람이 있으면 웃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화자 대학 때 많이 존경하고 또 많이 존경받던 어떤 교수님 생각이 떠오르는 건…. 그 존경 하고 존경 받던 교수님 이렇게 얘기했다. "식사는 경쟁이다."

맞다. 식사는 경쟁…경쟁은 곧 전쟁이다. 오늘 만찬장도 예외는 없다. 그 식신은 불행히도 두 개의 다리와 두 개의 날개, 그리고 어쩌면 푸석푸석 할 수도 있는(대부분의 닭들이 그렇듯이) 나머지 몸뚱아리 살만을 지니고 있을 터…. 그렇다면?? 맞다. 저 번들거리는 여덟 개의 눈들은 일단 두 개의 다리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두 개의 날개에 쏠려 있을 것이다. 행여 그 8개의 눈과 4개의 입 중에 어떤 특별한, 아주 특별한 것들이 끼여 있어서 두 다리와 두 날개를 벗어난 다른 부위에 집중하고 있다고 치자. 과연 그럴까. 진실일까. 그 특별한 것은 선뜻 "다리 드시죠" 내지는 "날개 드시죠"라는 세상에 있을 수 없는 핵폭탄을 날림으로써 좌중에 후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 이건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 치 양보할 수 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북한과 미국에 다름 아니다. 둘 중 하나가 서슴없이 자신의 입장을 포기하는 일이 현재의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과연 있을 수 있겠는가.

처절하게도 가려진 진실이다. 어쩌면 그 뒤에는 그보다 더 엄청난 노림수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 노림수의 구체적 진위가 무엇일진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렇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최소한 화자의 두 개의 눈과 한 개의 입을 뺀 상태에서 봤을 때 나머지 6개의 번들거리는 눈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3개의 입엔 이미 팔뚝만한 크기의 다리가 들어가 씹혀지고 있는 상태다.

예상대로다. 요이땅!!의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 이들에게 사실 어리석은 기대다. 벌써 6개의 눈과 3개의 입을 거쳐 뇌에 전달돼 터질 듯 자제돼온 욕구는 차마 뇌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손까지 전달된 상태다. 누군가의 손이 마악 토종닭다리에 가 닿으려는 찰라, 방해자가 끼어든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 기막힌 시간 맞춤이다.
"근데, 다들 괜찮은겨?"

토종닭다리에 가 있던 손이 민망하게 되는 순간이다.

"……??"
"옻닭 먹어도 옻 안오르느냔 말이여!"

아하, 이런 제길 바로 그걸 잊고 있었다. 8개의 눈이 부딪친다. 그 중 네 개의 눈이 안스러움으로 변한다. 눈빛이 화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옻닭 경험이 충분히 있는 화자, 어깨가 으쓱해진다.

"오래된 옻나무라도 하니까, 안 먹어본 사람들은 조심해야 될 텐데…."
맹세하건데 그렇다고 어떤 의도나 노림수가 숨어 있는 `날리는` 멘트는 절대 아니다. 진짜 조심해야 한다. 그것도 몇십년을 묵은 참옻나무라고 했다.
익산떡 해법 바로 나온다.
"걱정들 말어, 그럴 줄 알고 내 미리 준비했어…."

익산떡 부시럭부시럭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꺼낸다. 맞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바로 옻오름 방지약이다. 성분이 뭔지, 옻오름 방지 전문약인지, 어쩐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익산떡의 말만을 믿는 수밖에….
"서울에선 사기 힘들어. 정읍에서 사온 것이여…."

눈물 난다. 정말 이쁜 익산떡이다. 화자에게 조언을 구했던 네 개의 눈의 두 개의 입에 약 두 알씩이 들어간다.
익산떡 덧붙인다. "인자, 꺽정 허덜들 말고 열심히 묵어…."  <이어집니다.>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