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찬 지음/ 비채





‘글 쓰는 경영인’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아온 시인 손명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에는 그의 몸과 마음을 잔뜩 움츠리게 만들었던 사고 이후에 얻은, 조금 더 낮고 깊은 시선이 담겨 있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했고, 그것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 과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마음치료사’이자 시인으로서의 세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고 조심스레 고백한다. 전작 에세이와 시집이 〈좋은생각〉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으니, 이 책을 통해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며 그간 깨친 인생의 지혜와 진심들을 오롯이 담았다. 특히 ‘아픈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에 새 살이 돋아나게 보듬는 따뜻한 문장이 돋보인다. 거기에 포근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포토그래퍼 밤삼킨별의 감성사진 120여 컷은 우리의 마음을 환히 밝힌다.


내가 평생을 꿈꿔왔다고 믿었던 오늘,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들…. 살다보면 그 모든 것들의 ‘진짜 모습’에 대한 고민이 불쑥 가슴을 파고드는 때가 있다. 가시 돋친 한마디에 마음을 베이는 날이면 마음은 한없이 작아지고 외로움까지 쏟아진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있다. 이에 시인은 ‘마음이 작아지면 다치기 쉬운 법’이라며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마음치료사이자 시인인 그답게, 첫 번째 이야기를 ‘마음’으로 연다. “모든 치유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 Rogers)의 말처럼 저자는 타인을 용서하는 일, 욕심을 내려놓는 일, 화가 난 마음의 밑바닥을 읽어내는 작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다. 구구절절 설명이나 훈계를 늘어놓지 않고도 한 편의 시와 산문, 따스한 사진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이처럼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暮릿� 사이에 타인의 아픔을,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길목에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시인 손명찬. 그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어렵사리 다시 ‘출발점’에 섰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에 담긴 것이 그냥 ‘시’가 아닌 ‘진심의 조각들’이라고 말한다. 사무치도록 아팠던 ‘나’의 생채기를 기억하기에, ‘당신’의 마음 또한 아물기를 바라는 것이다. 처음으로 초록빛 잎사귀를 쥐어본 아기의 손끝을, 매일 저녁,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내는 당신의 마음을, 차디찬 겨울바다에 속상함을 고이 묻어두고 온 당신의 속내를 시인은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별은 당신의 생각보다 아름답고, 살 만하다”며 슬며시 등을 토닥인다. (원래 자기가 거주하는 별은 얼마나 빛나고 아름다운 별인지 잘 몰라요. 거리를 두고 직접 눈으로 본적이 없어서요. 그게 늘 그렇잖아요.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 곧잘 놓치잖아요.〈나도 모르게〉)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우리가 서로 상처를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기를, 그리하여 서로 보듬는 손길로 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하고 공감 가능해지기를 바라본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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