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지음/ 민음사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이기호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차남들의 세계사’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계간 ‘세계의 문학’에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겨울까지 연재 됐던 ‘수배의 힘’이 제목을 갈아입고 나온 것이다.

이 소설은 얼떨결에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에 연루되어 수배자 신세가 되고 만 ‘나복만’의 삶을 이기호 특유의 걸출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으로, 광기의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의 삶과 꿈이 어떤 식으로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차남들의 세계사’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에 이은 그의 ‘죄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사과는 잘해요’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죄의식을 다뤘다면, ‘차남들의 세계사’는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군사정권 아래 뜻하지 않게 수배당한 인물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 기 위하여 악전고투하는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국가 사이의 죄와 벌이라는 문제를 다룬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이런 무거운 소재 앞에서도 `이야기꾼`의 어조와 호흡을 절묘하게 운용하면서 시종 ‘희비극적’이라고 해야 할 어떤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이기호 소설의 특징”이라고 말할 만큼, 이기호 소설의 진짜 매력은 유쾌한 화법 뒤에 숨어 있는 슬픔과 환멸이다. 그는 부조리한 삶과 인생의 아이러니를 경쾌하고 유쾌하게 담아낸다. 또한 재기 넘치는 문체, 선명한 주제의식, 매력적인 캐릭터, 유머와 익살, 애잔한 페이소스를 통해 뜨거운 연민과 공감을 이끌어 낸다.

삶에 대한 통찰, 재기 넘치는 문체, 선명한 주제의식, 매력적인 캐릭터, 유머와 익살, 애잔한 페이소스까지, 읽는 재미와 감동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안겨 주는 ‘차남들의 세계사’는 이기호 문학의 모든 것을 담아낸 ‘이기호의 세계사’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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