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서민들의 삶 집약된 숭인동, 그리고 게임장들

오골계 때문에 배가 부르다. 먹었던 오골계는 소화된 지 오래다. 핀잔을 많이 먹었다. 얘기를 너무 질질 끈다나? 사실 원래는 한 회 정도 더 끌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접었다. 지난 호 기사를 읽어본 독자님들은 느끼셨을 것이다. 좀 요상하게 끝나네…라고. 핀잔 때문에 배가 불러 부랴부랴 끝을 맺다보니 화자가 봐도 좀 요상했다. 부득불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이번에는 대신 숭인동 길레스토랑이 위치한 이곳 동네 얘기를 좀 풀어볼까 한다. 할 얘기 엄청 많다. 그만큼 꺼리가 많은 동네다. 사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숭인동 하면 `어디지?` 하는 경우가 많다. 숭인동은 종로구다. 종로구 맨 동쪽 끝이다. 길 하나 건너면 동대문구다. 신설동 로타리 고가도로가 가름선이다. 전철역은 신설동역이 있고 동묘역도 있다. 숭인동은 그 사이에 끼여 있다. 동묘역은 동묘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동묘도 생소할 것이다. 말 그대로 동쪽에 있는 묘라는 얘기인데, 사실은 묘가 아니다. 옛 중국의 장수 관우의 초상을 보관해 놓은 곳이다. 임진왜란 때 관우의 신령이 전장에 나타나 왜군을 물리치는데 도움을 주었다나 어쨌다나. 명나라 왕이 관우의 초상을 보관할 서당을 짓게 했고 그래서 생긴 것이란다. 글쎄, 올시다. 기분 영, 아니올시다.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사실 이번에 숭인동 얘기를 하려는 건 다름 아니다. 온 사회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게임장 때문이다. 바다이야기다.

이곳 숭인동은 참 미묘한 동네다. 신설동 로타리에서 동대문 가는 대로를 사이로 주거지와 유흥지가 뚜렷이 구분된다. 로타리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봤을 때 오른쪽은 주거지다. 왼쪽이 유흥지다. 길레스토랑이 위치한 곳은 유흥지 한 복판이다. 사실 유흥지란 말은 오버다. 엄밀하게 얘기한다면 서민들의 삶이 집약된 곳이라는 표현이 맞을 게다.

가장 많이 눈에 뜨이는 건 모텔이다. 수십개의 모텔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다음은 각종 음식점들이다. 술집도 포함된다. 음식점이나 술집들은 대부분 조그맣다. 서민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이나 술집들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서민들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골목 뒤쪽으로 한발짝 들어가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 경제의 70% 이상은 책임지고도 남을 원단 자재 가게들이다. 언제부터 이곳에 원단 자재상들이 이렇게 많았는지는 모른다. 오래됐다고 한다. 족히 수백개는 되고도 남을 듯하다. 외국에?� 원단을 사러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원단 자재상이 이곳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건 그래서이다. 술집도, 음식점도 대부분 그들이 이용한다. 이들은 낮밤 가리지 않고 일한다. 열심히 사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또 하나 있다. 학원들이다. 수도학원이니, 고려학원이니 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대입 학원들이 즐비하다. 최근엔 학교도 두 군데나 문을 열었다. 서울전문대가 그렇고 진형중고등학교가 그렇다. 이들 학교가 생겨난 건 학원들이 많다는 것 때문일 게다.

그리고 절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가 있다. 바로 사행성 게임장들이다.

이곳 숭인동은 경마장으로 `그쪽` 사람들에게 원래 좀 알려져 있었다.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장외발매소가 이곳에 있다. 오래됐다. 때문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주말 모습이다. 주말이면 당연히 텅 비어야 할 동네가 거꾸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 경마장이 문을 열면서 마사회는 한 술 더 떴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하던 경마장 운영을 금요일까지로 확대한 것이다. 금요일부터 붐빈다.

마사회의 대단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숭인동 장외발매소에서 불과 100여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하나의 분신물을 만들어냈다. 경마장 운영을 금요일까지로 확대한 그때와 때를 맞췄다. 교묘했다. 심했다. 금요일이 되면 이곳은 완전히 말꼬리 잡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위클리서울>에서 지적했다. 취재했다. "관할 구청이 달라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동네 주민들이 찬성 했기 때문에…."

동네 주민? 사실 경마장이 두 곳이나 있는 이곳은 주민이 거의 없다. 주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장사를 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했다.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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