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복지 예산 줄줄이 삭감

내년 복지 관련 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 대비 처음으로 30%를 돌파했지만, 연금 등 의무지출 증가분이 복지예산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한 탓에,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취약계층과 저출산 관련 복지예산들이 줄줄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예산안을 보면, ‘저체중 아기’의 치료실 마련을 위한 ‘신생아 집중치료실 지원’ 내년 예산이 86억4000만원으로 올해(107억800만원)보다 20억6800만원 삭감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강원을 제외한 전국에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부족해 아기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저체중 출생아 수가 2만5870명이었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2035명이었지만 병상 수가 421개나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 삭감으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10개 줄어든 40개의 치료실을 지을 수밖에 없다.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예산도 내년에 17억4900만원 줄어들었다. 영유아 건강관리는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50%(3인 642만2000원) 이하 가구에서 미숙아(저체중, 조산)나 선천성으로 이상징후를 보이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 의료비를 지원해 장애를 막고 사망을 예방하는 사업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암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도 내년에 50억원 깎이도록 짜여 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0~5살 아이가 있는 가구에 대해 10만~20만원까지 지원하는 가정양육수당(장애아 포함)도 1135억5100만원 줄었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도 18억4500만원 깎였다.

이처럼 복지예산이 삭감된 것은 법적 복지의무 지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정부 전체 재정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은 탓이다. 내년에 복지 관련 예산이 9조1000억원 증가했지만, 대부분이 기초연금, 공무원·국민연금 등 정부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이미 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늘어나는 자연증가분이다. 정부가 빠듯한 재정상황 탓에 의무지출 증가 속도에 맞춰 전체 복지예산 규모를 늘리지 못해, 의무지출 외의 다른 복지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정 규모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총지출이 31.1%(2013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2%에 견줘 크게 낮다. 김용익 의원은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 등 세입을 확충해 전체 재정 규모와 복지예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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