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지음/ 민음사





2012년 `능력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민석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풍의 역사`가 출간됐다.

희대의 허풍쟁이 ‘이풍’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박정희 정권, 5공화국, 서태지의 출현 등,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에 개입되면서, 특유의 영웅적 활약으로 세상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다.

`풍의 역사`는 2013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전재되었던 작품으로, 2013년 11월부터 한 달 동안 EBS `라디오연재소설`에서 배우 홍경인의 낭독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1930년대에 시작해서 삼대에 걸쳐 진행된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풍, 아버지는 구, 아들은 언. 성은 ‘이’지만 사람들은 성 대신에 ‘허’를 넣어 부른다. 허풍, 허구, 허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풍의 역사`는 최민석의 입담으로 시작해 입담으로 끝나는 작품이다. 멈출 줄 모르는 변사처럼 최민석은 한 인물의 삶에 얽힌 이야기들을 이끌어 내며, ‘구라 문학’의 진수를 보여 준다. 최민석 특유의 능청스럽고 과감하게 내지르는 유머는, 갈 데까지 간다. 작가로서의 권위 의식을 버리고 스스로의 작품을 ‘B급 소설’, ‘막장 소설’이라 일컫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삼대는 자신의 사소한 삶을 살아갈 뿐이지만 그 삶은 역사의 중요한 장면들과 공교롭게도 계속 겹치고 만다. 최민석은 역사라는 소재를 최대한 가볍게 끌어당김으로써 역사를 소재로 삼을 때의 천편일률적인 무거움에서 벗어난다. 한국 문학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는 작가 최민석은 세계도, 개인도 모두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결국은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그들의 이야기는 진실이 되고, 그들의 삶은 가치를 얻는다. 진정성 있는 허풍, 진실 같은 허구, 실속 있는 허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비로소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될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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