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익산떡에게 두 가지 아주 큰 일이 일어났습니다

익산떡이 침울합니다. 익산떡이 분노합니다. 익산떡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익산떡에게 두 가지 결코 작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삶터인 숭인동 길레스토랑과 관련된 것입니다. 또다른 하나는 아주 가까운 지인의 죽음입니다. 자살입니다.

삶터 문제는 그래도 낫습니다. 길레스토랑이 있던 자리에 변화가 생기는 것입니다. 변화는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밑 진행중입니다. 익산떡 상당히 불안해합니다. 자칫 10여년 가까이 당신과 가족의 생계를 이어줄 삶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 큰 일은 지인의 죽음입니다. 익산떡의 언니 남편, 그러니까 익산떡에게 형부가 됩니다. 그 분이 불과 며칠 전 돌아가셨습니다. 휴대폰을 끈 채로 휴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휴대폰을 켜니 익산떡 전화가 걸려와 있더군요. 그리고 전화를 했더니…. 10월 28일 새벽 그 형부가 돌아셨답니다. 그것도 자살이란 극단의 방법으로요. 무슨 사정이 있는가 했더니 기가 막힐 일이더군요. 바로 재개발 지역 철거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 호에 들려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음울한 11월의 첫날 저녁까지도 숭인동 길레스토랑 문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익산떡은 현재까지 고인의 장례를 지내지 않고 재개발 업주들을 대상으로 항의하고 있는 현장에 머물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삶터 문제도 돌아갑니다. 익산떡 전언했듯 이곳에 삶터를 꾸린지 10여년이 되었습니다. 삶터인 길레스토랑은 서민들의 애환이 모두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화자가 지면의 맨 앞 면을 빌려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익산떡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왜 그렇느냐고 물었지요.

"장사 더 못할 수도 있겄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지….

그랬습니다. 길레스토랑이 있는 주차장 한 켠에 다른 시설이 들어선다는 군요. 그동안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은 주차장과 도로 사이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익산떡이 일하는 곳, 다시 마래서 포장마차의 앞부분으로 주방 역할을 하는 곳은 도로변으로 나� 있는 상태이고 주객들이 와서 술잔을 기울이는 홀은 주차장 안에 들어가 있는 모양새인데요. 그 사이엔 주차장과 도로를 구분짓는 나지막한 담이 있습니다. 이 담은 길레스토랑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그릇이나, 기타 등등의 물건을 올려놓는 용도로 이용되었지요.

그런데 주차장 한 켠에, 그것도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이 위치한 쪽으로 야구연습장이 들어선다는 군요. 야구연습장 아시죠? 그물을 쳐놓고 기계에서 튕겨져 나오는 야구공을 배트를 이용해서 쳐내는….

주차장 운영이 원활하지가 않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방안인 것 같은데, 문제는 길레스토랑입니다. 익산떡,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대신 그동안 차 한 대 분량의 주차료도 지불해왔다고 하는군요.

아직 구체적인 협의를 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익산떡 불안해하는 이유는 만에 하나, 삶터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염려 때문입니다.

대충 얘기를 나눈 바로는 아직 그 정도까진 가지 않을 것 같은데 사람의 일이란 게 또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좋은 결말 맺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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