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김치가 입에서 터지는 소리 들어봤나요?

침이 꼴딱 넘어간다. 게다가 익산떡네 김장김치 엄청 맛나다. 다른 집과 재료부터 좀 차이가 난다. 몇 번 얘기 들었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건 갈치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갈치가 많이 나는 바닷가에 사는 친구에게 매년 주문 배달시키는….

"일요일날, 왜 출근을 했어…내려와, 돼지고기 삶아놓을 테니까, 막걸리 한 사발 해야제…."

망설여진다. 돼지고기 보쌈에 막걸리라. 그런데 할 일은 많고….

하지만 이런 망설임도 잠시. 사무실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열리는 문. 한 남자가 들어선다. 낯이 익다. 두 손에는 커다란 쟁반과 검은 봉투를 각각 들었다. 익산떡 바깥양반이다.

"아이고, 이거 웬일이십니까?"

겸연쩍어 하는 소리다.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 파악은 이미 끝났다. 주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에선 침 넘기는 소리를 천둥소리 마냥 뱉어내고 있다. 얼굴이 붉어진다.

"허…허…허"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사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익산떡 바깥양반. 딱 한마디 한다. "사무실이 여기였구만…."

잽싸게 달려나가 쟁반을 받는다. 묵직하다. 회의용 원탁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익산떡 바깥양반 다른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봉투를 내려놓는다.

"맛있게 드시오잉!!"

"아이고, 고맙습니다" 허리가 꼬부라질 정도로 인사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진짜 고마운 것이다.

바깥양반 나간다. 잽싸게 쟁반 가리개를 연다. 그 속에 보물이 숨어 있다. 보물은 물론 익산떡 그 투박한 손으로 방금 담아낸 김장김치다. 황금색 속배추도 있다. 속배추와 화자의 입술을 빠알갛게 물들일 김장속은 물론이다. 바로 곁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삶은 돼지고기가 "어셔 잡셔주소"하고 화자를 반긴다.

검은봉투를 열어보니 막걸리다. 그것도 두통씩이나…. 센스 만점의 우리 익산떡. 마감 때문에 사무실에 나와 있던 다른 직원들 입에서도 탄성이 터져나온다.

먼저 김장김치를 입에 넣어본다. 입안에서 김치 터지는 소리가 난다. 맵다. 이마에서 후끈 땀이 솟아오른다. 달다. 이미 점심때 순대국이라는 걸출한 놈을 한번 받아들였던 화자의 혀가 소요를 일으킨다. 시원하다. 코끝이 찡하다. 이쯤되면 마감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우르르 원탁으로 몰려든다. 식사는 경쟁이다. 아니 전쟁이다. 망설임 없는 만찬의 시작. 서울막걸리 두 병이 금새 사무실 바닥에 나뒹군다. 재충전. 다시 재충전.

자리가 끝날 무렵 나뒹구는 막걸리 통수를 세어보니 모두 8통. 대단하다. 익산떡표 김장김치, 그리고 보쌈의 영향력이다.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