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지음/ 문학동네





글쓰는 허지웅이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그의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 20대 시절 그가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버틴 경험들과 함께, 소용돌이 가득한 이 시대에 한 사람의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견디고 화내고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며 써내려왔던 글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살고 어떤 생각을 하며 버텨왔는지가 문장마다 낱낱이 박혀 있는 ‘글쓰는 허지웅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버티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명제였다는 그에게, 버티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들은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간절히 버티고 싶은 당신에게, 그러나 갈수록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질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끝내 버텨야만 할 우리 모두의 삶을 향해, 허지웅이 들려주는 가끔 울컥하고 때론 신랄한 이야기들. 그가 말하는 ‘버티는 삶’이라는 묵직한 화두는, 매일 하루만큼의 삶을 버텨내고 돌아오는 우리들의 가슴을 흔든다.

저자는 이 책을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 외에는 딱히 별 방도가 없다 여기는 자의 인생사 중간 갈무리”라 정의한다. 첫번째 에세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 에세이에는 그간 절판되어 있었던 첫번째 산문집의 글이 몇 편 실려 있고, 생계형 글쟁이로 계속 살아오면서 신문과 잡지에 써왔던 글들, 그리고 그의 인생사가 담긴 글과 일기가 담겨 있다. 

‘엑스파일’을 기다리는 동안 가스레인지에 라면물을 올리며 평화롭게 시작되는 첫 글. 그러나 갑자기 비명처럼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오고, 허겁지겁 달려간 곳에서는 어머니가 뺨을 맞고 있다, 그것도 생판 남이 아닌 친지로부터. 뺨을 맞고 온몸에 힘이 빠진 엄마에게 신을 신기고 그곳을 빠져나오며 그는 말한다.

“작은외삼촌 안녕히 계세요.”

부모가 세상으로부터 모욕당하는 것을 본 자식은 사는 동안 내내 그 일을 잊지 못하게 된다. 아니, 모욕당하는 부모의 모습보다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상흔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첫 글로 자신의 가장 오래고 아픈 기억을 내세운 그는 세상에 그 어떤 절대적인 선도, 대단한 악도 없다는 것을, 산다는 것은 이토록 치사하고 더럽고 아픈 것이며 종국에는 그것을 껴안고 공생하며 살아내는 것이 평범한 어른이 되는 법임을 말한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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