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그곳엔 ‘사람’이 있다






깔끔하게 가르마 탄 머리, 항상 웃는 얼굴


`오빠` 직업이 뭐냐구요??

처음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에 갔을 때부터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깔끔하게 가르마를 타서 빗어 넘긴 머리…그만큼 깔끔한 옷차림에 항상 웃는 얼굴. 말솜씨도 수려했다. 유머가 넘쳤다. 대부분 상대는 익산떡이었다. 익산떡, 그 남자만 오면 웃느라 바쁘다. 짐작하기 힘든 나이. 단지 대충 익산떡보다는 많이 먹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뿐…. 바로 익산떡의 호칭 때문이다. "오빠!!"

그 남자, 거의 매일 길레스토랑을 들렀다. 그리곤 익산떡과 기분좋은 농담 몇마디 나누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가끔은 식사를 하는 익산떡 권유에 못이겨 밥 몇숟가락을 뜨는 일은 있었지만 술을 마시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의아했다.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요?"

"아…이 동네 청소하는 분."

"그럼 환경미화원?"

"그렇제잉…."

그런데 아무리 봐도 환경을 미화시키는 분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차림새가 그랬다. 말투도 그랬다. 얼굴도 그랬다. 하긴 환경을 미화하는 분들이라고 꼭 차림새가 어떠해야 하고, 얼굴 생김새나 말투가 어떠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많은 면에서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오죽하면 처음엔 춤추러 다니는 사람인 걸로 착각할 정도였으니…. 길레스토랑이 있는 주변 지역엔 춤추는 업소들이 많다. 무슨 댄스교습소, 댄스학원, 무용교습실 등의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 주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싼값에 하루종일 가서 즐기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젠가부터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건네진 인사소리보다 두 세배는 더 큰 소리의 대답이 돌아온다.

`오빠`는 초저녁에 길레스토랑을 방문한다. 그리고 틈틈이 시간나는 대로 다시 들른다. 때론 동행인과 함께일 때도 있다. 같이 일하는 후배동료다. 방문할 때마다 얼굴은 활기에 차 있다. `오빠`의 자리는 활활 타고 있는 기름난로옆. 일하느라 추위에 얼은 몸을 잠깐잠깐 들러 녹이는 것이다. 때론 익산떡 혼자서 낑낑 대며 하는 일이 있으면 선뜻 나서 도와주기도 한다.

`오빠`가 출근하는 시간은 이른 저녁. 이쪽 지역이 식당들이 많다보니 주로 밤에 일을 한다. 막걸리라도 한 사발 권할라치면 극구 사양이다. 이유는 "근무중"이라는 것이다.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긴 뭐, 허허…괜찮아요. 먹고 사는 일인데…."

항상 이런 식이다. 후배동료라는 사람과도 안면을 텄다. 아직 젊은 나이인 게 분명한데 사람이 참 맑고 선해보이는 인상이다. 추위 때문인지, 길레스토랑을 방문할 때면 통통한 볼이 바알갛게 물들어 있다. 후배동료와는 길거리에서도 자주 마주친다. 쓰레기가 가득 실린 경운기를 끌고 있을 때가 많다. 마주칠 때마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한다.

"오래 되얐어!"

`오빠`를 안지가 오래됐다는 익산떡의 설명. 약 10여년은 훌쩍 넘긴 것 같다는 첨언이 따른다. 물론 `오빠`가 이 동네에서 환경미화원을 해 온 세월이기도 하리라.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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