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북한 핵보유 인정?

미국 정부가 북한의 소형 핵탄투 탑재 및 발사 능력을 공식 인정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은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을 갖고있다고 주장한다"며 "나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무기에 탑재하고 이를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북한이 아직 실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아직 실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북한의 기술이 어느 정도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개발 중인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에 대해 "북한이 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를 갖춘 것으로 본다"며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 핵 위협을 기정 사실화 했다.

북한의 소형 핵탄두 탑재-발사능력에 대해 미군정부 고위인사가 이를 공개 확인한 것은 최초다. 앞서 미국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해 2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자체 개발한 중거리 `로동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북한은 핵·미사일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수백개의 탄도 미사일과 세계 최대규모인 화학무기 비축량, 생물학 무기 연구 프로그램, 세계 최대규모의 특수전 병력, 그리고 사이버전 능력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이 이처럼 군사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선 "핵보유국 인정과 정권의 생존 보장, 실익을 더 챙기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주한미군 감축을 논의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여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케리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몇 주, 몇 달간 상황이 발전해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비핵화 등에서 진전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위협 자체가 축소될 것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 수요를 감축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박정희 정권때 단행됐던 주한미군 감축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보수진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24일 국무부 기자회견을 통해 "단순히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어떤 조치도 논의할 수 없다"며 지금 주한미군 감축을 언급하는 것은 완전히 시기상조"라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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