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 스님 지음/ 김영사





당대(唐代) 최고 지성인 배휴 거사와 스승 황벽 선사가 마음에 대해 묻고 답한 진리의 문답! 임제종의 기준이 되는 ‘전심법요’를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평이하게 새로 풀어 쓴 수불 스님의 선 수행 길라잡이 책이 나왔다.

‘전심법요’는 당나라 말기 강서성 종릉(鐘陵)의 관찰사로 부임한 배휴 배상국(裵休 裵相國, 797∼870)이 황벽 선사의 가르침을 집대성해 ‘황벽산 단제선사 전심법요(傳心法要)’와 ‘완릉록(婉陸錄)’으로 엮은 것이다.

황벽(黃蘗, ?~850) 선사는 임제 스님의 스승으로 백장의 법을 이은 육조(六祖)의 5세손이다. 이를 통해 ‘전심법요’는 임제종을 대표하는 선어록으로 주목받았고, 황벽 선사가 남긴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지표가 됐다.

재가 신자였던 배휴는 842년 종릉 관찰사로 부임한 뒤 황벽 선사를 홍주(洪州) 용흥사로 모셔와 도를 물었고, 848년에도 완릉(宛陵) 관찰사로 일하며 황벽 선사를 개원사에 모시고 도를 물었다. 이때 받은 가르침을 적어두었다가 857년에 간행한 것이 바로 ‘전심법요’이다.

‘전심법요’는 달마대사가 전해준 일심법(‘마음이 곧 부처다’ 선종의 종지)을 가장 논리적으로 드러낸 조사어록이다. 중국 조사선의 핵심대의를 잘 표현한 선어록으로, 재가 공부인이 묻고 선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는 절대진리를 상대언어로 쉽게 풀어낸 모범적인 예라고 하겠다. 황벽 선사는 어려운 게송이 아니라 듣는 즉시 곧이곧대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간명적절하게 대답하고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곧장 가르침을 일러준다. 덕분에 우리는 조계정전의 정통 선사상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공민왕 때 문헌으로 남겨진 이래 1908년 부산 범어사에서 간행된 ‘선문촬요(禪門撮要)’에도 실려 있다.

‘흔적 없이 나는 새’는 전심법요와 완릉록, 행록까지 합쳐 총 44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뜻에 따라 원문을 나누고 번역을 하고 해설을 함께 배치하여 순서대로 읽지 않고 어느 페이지를 문득 펼쳐 읽어도 문장의 뜻과 깊은 선의 종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수불 스님은 어려운 불교 용어를 최소화하고 일반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무심’에 이르는 길을 곧바로 안내하고 있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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