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지음/ 민음사





일본에서는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에서는 노인과 젊은이를 하우스 메이트로 연결해 주는 동거 제도를 만들었다. 고독사 때문이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2013년 한 해 동안 보고된 고독사만 1717건. 대부분 주민의 신고로 알려지며 그 전까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 고독사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혼자 사는 사람이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 안겨진 침묵의 질병이다.
 
‘모나코’는 독거하는 ‘노인’의 죽기 전 마지막 한 계절을 다룬 이야기로, 혼자만의 죽음과 혼자만의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의 환부와 인생의 한 단면을 잘 보여 준다. “힘 빠진 수사자는 무리에서 쫓겨나 초원에서 홀로 죽는다. 사자에게는 어울리는 죽음이지만 나약한 인간에게는 더없이 슬픈 죽음이다. 나는 노인의 고독한 죽음을 통해 비정한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줄 수 있겠다고 여겼다.” ‘작가의 말’처럼 ‘모나코’는 노인의 고독한 죽음을 다루는 소설이다. 하지만 죽음 전 벌어지는 황혼의 로맨스는 노인의 죽어 있던 삶의 감각을 깨우며 노년의 생 역시 예민하고 격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모나코`는 노인의 집을 배경으로 노인과 그의 가사도우미 ‘덕’, 노인이 짝사랑하는 미혼모 ‘진’의 삼각관계가 진행되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플롯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보다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중심을 이룬다. 이런 특징을 두고 문학평론가 김미현은 ‘모나코’를 “서사가 아닌 인물로도, 사건이 아닌 관계로도, 인칭이 아닌 시점으로도 소설 속에서 갈등을 만들고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좋은 예”를 보여 준다고 했다.

주인공 ‘노인’의 캐릭터는 기존의 ‘노인’들과 거리를 둔다. 그동안 문학이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표현된 노인이 노쇠한 신체, 보호해야 할 대상, 지혜를 전도하는 어른 등의 전형적 유형으로 다루어진 반면 `모나코`의 노인은 까다롭고 냉소적이고 도덕이나 지혜와는 담 쌓은, 그런 반면 요리와 인테리어에 집착하고 차가운 농담을 즐기는 “욕망과 사유의 주체”로 그려진다.

촌철살인, 블랙유머. ‘모나코’는 정영문, 김태용으로 대표되는 블랙유머 계보를 잇는 소설답게 고도로 다듬어진 대사들이 읽는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모나코’를 읽으면서 오래된 한 인간, 외로움을 자기편으로 만들며 사랑과 욕망을 즐기는 자의 인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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