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연재> 숭인동 길 레스토랑, 입담 걸쭉한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 정서룡 기자
  • 승인 2014.11.10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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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실이 아닌 실→바늘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항상 일어나는 그 소요가 대부분, 항상 일방적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바늘→실이 아닌 실→바늘이라는 겁니다. 차라리 실과 바늘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지 못한 건 남자가 바늘, 여자가 실이어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사고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화자의 성정이 크게 작용을 한 탓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숭인동 길레스토랑 일터를 마련하는 공사를 할 때마다 일어나는 소요는 일단 실에 의해서 대부분 주도가 됩니다. 아주 가끔 약간의 피드백이 바늘에 의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더 큰 역풍만 맞을 뿐입니다. 한층 더 강화된 실의 초고강도 펀치에 때아닌 강풍에 산산이 흩어져 내리고 마는 4월의 벚꽃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때론 화자가 있는 사무실에서도 익산떡의 `우렁차고 옹골진` 목소리를 듣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그 목소리가, 항상 소요가 있을 때만 들려오는 그건 아닙니다. 때론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뒤따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소요의 원인, 사실 알고보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일터를 마련하는 공사, 다시 말해 숭인동 길레스토랑의 포장을 치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 생기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자면 포장을 치는데 속도가 느리다거나, 지지대에 끈을 묶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거나 하는….

"아따, 진짜 답답허네이…그것 하나도 제대로 못혀?"
"……."
"아이고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니께. 진짜 답답허구만."
"……."
"차라리 내가 하고 말제."
"……."

뭐 이런 식입니다.

이런 소요는 포장을 둘러치는 외부공사가 어느 정도 완료되고, 내부 공사가 한창일 때도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자, 사무실 창문으로 길레스토랑의 외부공사가 어느 정도 완성되는 모습을 본 뒤 내려가면 내부 공사시 일어나는 소요와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익산떡, 화자 건 누구 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소요를 주도해나갑니다. 어쩔 땐 화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입니다. 익산떡 입에서 걸쭉하게 쏟아져 나오는 용어들 때문입니다.

사실 익산떡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바늘과 실은 얼굴 생김새부터 다소 상이한 느낌을 줍니다.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산떡이 모진 삶을 이겨내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우리 여인네의 그것이라면 바깥사장님은 말 그대로 뒷짐 지고 헛기침이나 하면서 느린 발걸음 떼어가며 풍류나 읊조리는 조선시대 선비의 그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부부가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다소 위험한 지경에 빠지고도 남을 법한 소요의 끝엔 항상 평화만이 남습니다. 익산떡 쏘아대면 바깥사장님 그저 "허허…" 웃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물론 익산떡의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배려도 한 몫을 하는 게 분명합니다. 처음 본 사람들은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거칠게 몰아붙이는 말들 속에 따끈한 정이 잔뜩 녹아있다는 것을요. 바깥사장님, 그래서 "허허…" 웃고 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 익산떡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그런데, 그런데요…최근 심상치 않은 일들이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서룡 기자 sljung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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