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지음/ 은행나무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최영미의 장편소설 ‘청동정원’이 출간되었다. 1994년 한 해 동안 5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후 ‘꿈의 페달을 밟고’‘돼지들에게’ 등의 시집과 산문집 ‘시대의 우울’‘화가의 우연한 시선’,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등을 펴내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문학 활동을 펼쳐왔다.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청동정원’은 2013년 여름부터 1년 간 계간 ‘문학의오늘’에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군사 쿠데타에 맞서 민주화의 불꽃이 뜨겁게 타올랐던 80년대, 폭압적 정권에 맞서 앞장서지도, 그렇다고 뒤로 숨을 용기도 없었던 ‘경계인의 초상’을 그려냈다. 제목으로 쓰인 ‘청동정원’은 쇠붙이로 무장한 전경들이 교정의 푸른 나무들과 겹쳐지는 풍경을 묘사한 표현으로, 쇠와 살이 부딪치던 시대의 분위기를 은유한다. 소설가의 눈, 시인의 가슴으로 그려낸 싱그러우며 황폐했던 젊은 날의 풍경이 작가의 섬세한 언어로 되살아난다.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작가는 퇴고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고, 서사 구조를 재구성하여 연재 당시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재 초 지면을 통해 작가는 이 소설의 초고를 1988년에 이미 써놓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훨씬 전이다. 그는 원고지 200장 남짓한 원고를 25년 동안 간직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고치고 다시 쓰며 여러 개의 파일이 만들어졌다. ‘문학의오늘’에 발표하기로 마음먹고 파일을 정리하는 데만 한 달 넘게 걸렸다. 작가에게 ‘80년대’라는 화두는 언젠가는 끝내야 할 숙제 같은 것이었다. 마침내 26년 만에 완성한 ‘청동정원’은 작가 최영미가 격동의 시대에 꽃다운 이십대를 보낸 386세대에 바치는 헌사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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