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생겨요, 어느 날
<신간> 생겨요, 어느 날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4.11.2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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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용 지음/ 김영사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의 메인작가 이윤용이 오렌지 비앙코 같은 달콤쌉쌀한 첫 번째 에세이집을 펴냈다. 16년간 ‘볼륨을 높여요’‘뮤직플러스’‘심심타파’‘별이 빛나는 밤에’‘친한 친구’ 등을 통해 청춘들의 불면의 밤을 위로하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공감해온 이윤용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그간 내심 쑥스러웠다. 때때로 아팠고 때때로 기뻤던 지난 이야기들을 꺼내놓는 것이,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로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이 멋쩍고 망설여졌다.

그래서 더욱 오래 걸린 이 이야기들은, 섣불리 위로하고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이보다 더 철없고 어수룩한 사람도 없을 거라는 셀프 디스(self dis)에, 때로는 싱글 우울증에 시달리는 털털하기 그지없는 한 싱글녀가 털어놓는 솔직한 마음 수다에 가깝다. 그렇지만 더 웃고 싶고 더 행복해지고 싶은 그녀가 종알종알 털어놓는 이야기에 우리는 혼자이지만 함께임을 느끼고, 내 삶이 그런대로 괜찮음을 느끼며 위안받는다.

혼자인 싱글이, 혼자여서 불안한 30대가,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게 되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은 이들이 조금이나마 내면의 외로움을 덜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은 혼자 사는 여자의 조금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이다. 홈쇼핑 방송을 보고 수없이 고민하다가 산 실내자전거는 옷걸이로 전락한 지 오래다. 삶은 달걀을 먹으려는데 소금이 없어 조미김에 붙은 소금을 탈탈 털어 찍어먹는 에피소드는 수많은 싱글녀들이 입밖으로 차마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러나 백 번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모두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은,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린, 그렇지만 사랑은 영원히 할 거라는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인이 크리스마스에 선물 ‘안 줘서’ 이별을 선언한 자신의 어렸던 날들에 대한 회고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선물도 마음도 사랑도 준 만큼 돌려받는 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아버린 후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에는, 세상과 관계 맺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깨닫고, 노는 게 남는 거란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미치도록 놀아보는 건데…라며 그간 모은 청약저축을 깨 터키행 비행기표를 질러버린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혼자 사는 여자의 일상, 사랑, 일, 사람, 마음 고민을 담은 담백하고 솔직한 글 136편에 예쁜 일러스트가 더해진 이 책을, 싱글로 살아가고 있는 주변의 수많은 언니들에게, 징글징글한 연애 한가운데에서 갈등하는 친구들에게, 연애하기 좋은 남자와 결혼하기 좋은 남자 사이에서 오늘도 수없이 고민 중인 동생들에게 권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아파하고, 일을 잃을까 하루하루 아등바등하면서도 기어이 버텨내는 착한 그녀들에게도 선물한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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